한국 소녀 입양 7년 만에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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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7년 전 서울에 주재했던 유럽 외교관 집안에 입양됐던 한국의 여자아이(8)가 양부모의 파양(罷養: 양부모와 입양한 자녀의 부모.자식 관계를 깨는 행위)으로 1년이 넘게 홍콩에서 국제미아로 떠돌고 있다.

9일 홍콩정부 사회복리서(社會福利署)에 따르면 제이드란 이름의 이 어린이는 지난해 9월 현지 주재 네덜란드 영사관 고위 외교관이 파양하면서 현재까지 다른 양부모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 외교관은 2000년 1월 서울 네덜란드 대사관에서 근무하던 중 생후 4개월 된 제이드양을 대구의 한 보육원에서 입양했다. 당시 이 외교관의 부인은 불임 상태였으나 그 뒤 치료를 받아 두 명의 아이를 낳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드양은 입양된 뒤 지금까지 네덜란드 국적을 받지 못했으며, 입양될 당시 갖고 있는 한국 여권이 유효해 국적은 한국이다. 파양한 네덜란드인 외교관은 "입양이 처음부터 문제가 많았고 문화적 차이가 심했다"며 "아내가 파양을 결정한 뒤 끔찍한 후유증에 시달려 치료를 받을 정도여서 현재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가능한 모든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이드양은 현재 홍콩 사회복리서 산하 한 보육원에서 생활하며 현지 학교에 다니고 있다. 영어와 광둥(廣東)어는 잘하지만 한국어는 구사하지 못한다.

이에 따라 홍콩 주재 한국영사관과 현지 한인사회는 현지 소식지에 광고를 내 제이드양을 입양할 새로운 부모를 찾고 있다. 현재 한두 명의 현지 교민이 입양을 원하고 있으나 법적인 조건이 까다로워 애를 먹고 있다.

홍콩 주재 한국영사관 정병배 영사는 "아이가 갓난아기 때부터 외국 가정에서 생활해 한국으로 입양될 경우 문화적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따라 가능하면 한국보다는 홍콩에서 양부모를 찾는 게 이상적인 해결책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민들의 관심이 커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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