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타임스 편집인이 본 ‘정보화 시대 신문의 경쟁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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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타임스 편집인이 본 ‘정보화 시대 신문의 경쟁력’

“훈련된 기자들이 쓴 기사 믿음직 … 편집이 복잡한 이슈를 갈무리”

 미국의 세계적인 권위지 뉴욕타임스의 빌 켈러(58·사진) 편집인은 신문 등 전통 매체가 고유의 경쟁력을 지켜나간다면 디지털 정보 홍수 시대에도 미래는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켈러는 전통 매체의 경쟁력을 ▶ 주장보다는 근거(팩트)를 앞세우고▶ 팩트를 검증하며▶ 권력이나 자본과 거리를 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9일 영국 런던 왕립국제문제연구소 초청 강연에서다.

 이 강연에서 켈러는 “디지털 정보가 쓰나미처럼 무질서하게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믿을 수 있는 뉴스는 감소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컴퓨터를 켜는 순간 누구나 블로그·구글·마이스페이스·유튜브 같은 뉴미디어를 통해 온 세상의 갖가지 정보를 취재해 휴대전화 등으로 손쉽게 전달할 수 있게 됐지만 이런 정보들은 대부분 기존 언론의 기사를 짜깁기한 2차 정보여서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훈련된 기자를 많이 보유한 게 전통 매체의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주장이나 신속성·감성을 중요시하는 뉴미디어의 속성과 달리, 전통 매체는 팩트와 검증을 우선시하는데 그 기능은 훈련된 기자만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블로거들이 간혹 기사나 정보를 생산하지만 컴퓨터 앞에 앉아 바라본 세상과 실제 사실은 다른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실례로 이라크 전쟁을 들었다. 전쟁 발발 당시 공신력 있는 언론 매체들은 정부를 견제하고 진실을 알리기 위해 막대한 비용과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 취재에 나섰지만 뉴미디어는 이런 노력을 기울인 곳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켈리는 또 “불편부당한 자세로 취재할 것을 요구하는 내부 규제 측면에서도 아직은 신문과 같은 전통 매체가 뉴미디어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갖고 있어 공정성과 정확성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세력이나 광고주로부터 독립해 공정한 보도를 위해 노력하려는 자세와 노하우도 전통 매체의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신문은 여백이 삶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주고 편집이 한눈에 이슈를 정리해 보여 준다”며 “이 같은 장점은 웹저널리즘에선 절대로 얻을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빌 켈러=캘리포니아 포모나 칼리지 출신. 대학 졸업 후 ‘더 칼리지’란 신문을 만들어 언론계에 입문했다. 이후 ‘댈러스 타임스 헤럴드’를 거쳐 1984년 뉴욕 타임스 워싱턴지국에 입사해 모스크바 특파원(86~91년)을 지냈다. 이 때 쓴 ‘소비에트 공화국’이란 기사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2001년 논설위원에 이어 2003년 편집인에 올랐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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