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프로야구 일대 변혁-사령탑도 용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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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일본 프로야구계에 잔잔한 파문이 일고 있다.
파문의 진원지는 올해 퍼시픽리그 5위팀 롯데 머린스.머린스는시즌이 끝나자마자 대대적인 개혁에 착수,지난달 말부터 텍사스 레인저스 트리플A팀 감독으로 있던 보비 발렌타인을 새감독으로 맞아들였다.게다가 2군감독도 일본계 미국인으로, 추계훈련의 임시코치도 미국인으로 구성했다.
지난해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축구 J리그에는 이미 외국인감독이 있다.그러나 일본프로야구에서 외국인이 감독을 맡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따라서 본격적인 미국 메이저야구와의 접목을 시도한 머린스의 실험은 일본열도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 언론의 반응은 시큰둥하다.모든 판단을 유보한채 일단 지켜보겠다는 태도다.이에따라 곱지않은 시각이 곳곳에서 드러난다.적어도 야구에 관한한 미국으로부터 더이상 배울게 없다는자존심때문이다.머린스의 충격적인 외국인 코칭스태 프구성은 머린스의 단장 히로오카(廣岡)의 작품이다.
히로오카는 『코치는 무엇보다 능력이 중요하다』고 『국적이 무슨 상관있느냐』며 주위의 곱지않은 시선을 일축하고 있다.
한술 더 떠 『설사 발렌타인이 사임을 하고 미국에 돌아가더라도 스태프들을 전부 교체하는 일은 없을것』이라며 이들 외국인 지도자들에 상당한 기대감을 보였다.
지금 머린스 팀에 당장 변화가 일고 있다.발렌타인 감독은 일본으로 건너와 처음 롯데선수들의 추계훈련을 지켜본뒤 『이런 훈련이라면 그만두는게 좋다』고 선언,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타격과 수비연습을 기계적으로 반복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지금은 경기를 통한 실전훈련을 해야할 때』라며 일침을 놓았던것이다. 이같은 의견은 히로오카 단장의 마음에 꼭 들었고 결국머린스팀의 훈련방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임시투수코치인 톰 하우스도 팀내 에이스 이라부(伊良部)와 본격적으로 호흡을 맞추고 있다.그는 이라부의 투구를 지켜본후 『이라부의 투구보폭은 2m60㎝나 된다.이것은 놀런 라이언과 똑같은 보폭이다』라고 칭찬했다.놀런 라이언을 직접 지 도하기도 했던 톰 하우스는 이제 라이언과 닮은 꼴인 이라부에게 그때의 경험을 전수하고 있다.훈련방식에 대한 개혁이 일본인 지도자의 입에서 나온 것이었다면 별로 설득력을 얻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선수들도 처음에는 다소 어리둥절한 반응이었지만 이제는 모두 이들의 지도에 충실히 따르고 있는 상태다.머린스의 실험이 성공하게 될지 모든 일본인들은 질투와 호기심속에서 지켜보고 있다.
〈朴炅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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