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가지는 애도·추모 물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3면

지하철 참사 1주년을 맞은 대구는 시내 전역이 추모의 분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불의에 희생된 넋을 달래는 진혼곡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시민들은 한해 전 대구지하철 중앙로역의 비극을 떠올리며 다시금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희생자 유족은 16일부터 21일까지를 '이 어두운 터널을 지나 생명의 역으로'라는 주제의 추모기간으로 정하고 종교.시민단체와 함께 희생자의 영혼을 달래는 추모행사를 주관하고 있다.

오는 18일 오전 9시30분, 중앙로역 지상 도로에서는 진혼북 공연을 시작으로 추모식이 열린다.

진혼북 공연이 끝나면 참사 발생 시각인 오전 9시53분에 맞춰 시내 전역에서 1분간 사이렌이 울리는 가운데 묵념이 이어지고 살아남은 이의 죄책감을 표현하는 퍼포먼스가 잇따라 펼쳐진다.

희생자의 영정이 모셔진 시민분향소에서는 분향 행렬이 이어지고 지하철안전시민협약도 맺어진다.

추모음악회와 추모사진전 등의 문화행사도 이어진다.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은 18일 대구중앙도서관에서 '대구방재시스템의 문제점'을 주제로 안전 세미나를 연다.

참사 당시의 모습을 보여 주는 다큐멘터리도 제작돼 18,19일 이틀간 중앙로역 주변과 대구YMCA 강당에서 시민들에게 공개된다.

'메모리즈- 2003년 대한민국 지하철참사'라는 제목의 이 다큐멘터리는 참사 당시 중앙로역 현장을 촬영했던 현종문(34)씨가 지하철참사 1주기에 맞춰 최근 완성한 65분짜리 작품이다.

유족과 친지들이 먼저 간 이들을 그리며 펴낸 책, 노래도 잇따르고 있다.

고 윤지은(당시 25세)씨의 아버지 윤근(58)씨는 먼저 간 딸의 초등학교 시절 일기장과 딸 친구의 글 등을 엮은 책 '아빠, 우리 나비집을 지어요'를 펴냈다.

윤씨는 5백쪽 분량의 이 책 1천권을 대구지역 초등학교에 무료로 나눠 줄 계획이다.

정기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