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미도' 최고 대우 받고 일본 갑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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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관객 1천만명은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일본 등 해외 수출 계약이 마무리되면 주변 사람들과 마음껏 술을 마시고 싶습니다. 3월은 간(肝)을 버리는 달로 잡아놨죠."

비극적 최후를 마친 북파공작원 부대의 실화를 다룬 영화 '실미도'가 대망의 1천만 관객 초읽기에 들어갔다. '실미도'가 15일 현재 전국적으로 끌어모은 관객은 9백86만5천명. 이대로라면 19일께 1천만 관객을 돌파할 것이 확실시된다.

'실미도'의 강우석(康祐碩.44.사진)감독은 역사적인 기록 수립을 앞두고 허준호.정재영.임원희 등 출연 배우들과 함께 16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실미도'는 올 하반기 일본에서도 상영된다. 康감독은 배급 계약서에 사인하기 위해 18일 일본으로 출국한다.

"일본 최대 배급사 중 하나인 도에이(東映)가 배급을 맡았습니다. 계약금(미니멈 개런티)으로 3백만달러(약 36억원)를 받고 입장료 수입은 절반씩 나누기로 했습니다. 일본 측에서 광고비로만 3백만달러를 쓰고 스크린도 2백개 이상 잡아주겠다고 했어요. 이 정도면 최고 대우를 받는 겁니다. 뒤따라 올 다른 한국 영화들을 위해 최고 조건으로 계약하자고 제가 고집을 부렸습니다."

"'실미도''태극기 휘날리며'의 독주로 작은 영화들이 설 곳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질문에 康감독은 "오히려 주위에서는 '실미도'덕분에 투자 유치가 쉬워졌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하더라"고 대답했다.

"이제 질만 확보된다면 어느 장르든 '대박'이 날 수 있습니다. 관객이 원하는 건 잘 만든 영화지, 돈 많이 들이는 영화는 아닙니다. 앞으로는 스크린이 현재의 1천여개에서 최소한 5백개는 더 늘어날테니 한두 영화가 '싹쓸이'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시장 논리가 다양성을 확보해 줄 것입니다."

康감독이 밝힌 '실미도'의 흥행 수입은 지금까지 2백억원 가량. 그러나 출연한 배우들 중 러닝 개런티(흥행에 따라 일정 비율의 보너스를 받는 것)를 받는 사람이한명도 없다고 했다. 그는 "설경구 등 주연들이 술 취했을 때 보너스는 안 받겠다고 하더니 지금은 다들 '기억이 안 난다'고 한다(웃음)"고 말했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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