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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신부’부모 90명을 초청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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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행정자치부는 우리나라로 시집온 베트남·필리핀·태국 등 동남아 3개국 여성 이민자의 친정 부모 90명을 3~7일 국내로 초청했다. 이들은 딸을 우리나라로 시집 보낸 뒤 처음 딸의 가족들과 감격의 상봉을 하게 됐다.

이번 행사는 이역만리 떨어진 한국의 젊은이에게 소중한 딸을 시집 보내준 부모들에게 한국 정부를 대표해 고마운 마음을 전하려는 취지로 마련됐다. 그들이 사돈 국가를 방문해 한국의 발전상을 경험하고, 딸이 살아가는 모습을 직접 살펴봄으로써 이들을 안심시키려는 취지도 담고 있다. 베트남 정부가 최근 한국으로 시집간 자국 출신 여성들을 한국 정부가 잘 보살펴 달라고 부탁한 데 대한 응답이기도 하다.

이번 행사에는 베트남에서 38명, 필리핀에서 28명, 태국에서 24명 등 총 90명이 초청됐다. 초청 대상자들의 경제적 어려움과 문화적 동질성을 고려하고, 다문화 가정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이해를 높이기 위해 시·도별로 초청 인원을 적절히 안배했다.

일정은 가족과의 만남, 한국 문화 체험 프로그램들로 짜였다. 한국의 사돈들과 만나고, 각 지방자치단체가 마련한 환영 행사에도 참가한다. 최근 각 지자체가 결혼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교육과 상담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여러 지자체가 이번 행사에 참여한 것은 의미가 크다.

이번 행사를 통해 여성 결혼 이민자와 다문화 가정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좀 더 높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결혼 이민자와 그들의 부모들이 대한민국을 더 이상 먼 나라가 아니라 제2의 고향, 사위의 나라, 사돈의 나라로 인식하게 되길 기대한다. 나아가 결혼 이민자 부모들이 자기 나라로 돌아가 한국을 적극 홍보하게 되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이미지도 그만큼 높아질 것이다.

국제결혼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결혼 이민자들이 겪고 있는 현실적 어려움을 감안할 때 이번 행사는 매우 뜻 깊은 의미가 있다. 우리 국민도 이제 여성 결혼 이민자가 다정한 이웃으로, 당당한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따뜻한 관심과 배려를 베풀기를 바란다.

박명재 행정자치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