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캐나다 보딩스쿨에 가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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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보딩스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보딩스쿨이란 수업 뿐아니라 숙식까지 제공하는 학교를 말한다.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어떻게 생활하고 어떻게 공부할지 궁금하다. 보딩스쿨에 유학 중인 학생 3명의 생생한 체험담을 들어봤다.

정리=프리미엄 라일찬 기자 ideaed@joongang.co.kr


김 동 현 (13·St. George School 8학년)

캐나다에 유학 온 지 벌써 6년이 지났다. 내가 처음 자리를 잡은 곳은 코퀴틀람. 이곳에서 2년간 공립학교를 다니면서 꾸준히 영어를 익혔다. 처음에는 학교수업을 도저히 따라잡지 못해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적도 많았다.
하지만 학원에서 부족한 영어 및 수학 과외수업을 받으면서 자신감도 회복되었고 또래 한국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힘을 얻었다. 그러다가 도전한 곳이 세인트 조지 스쿨이다.
나는 현재 시니어스쿨 8학년이지만 처음 시험을 본 것은 주니어 스쿨이었다. SSAT시험이 따로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영어·수학 등 교과와 인터뷰에 중점을 두고 준비했다. 이 학교는 학업성적도 중요하지만 인성을 비중있게 평가한다. 단정하고 성실하게 보이는 옷차림과 꼼꼼한 인터뷰 준비 덕에 합격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이후 내 목표는 미국 아이비리그로 상향 조정됐다. 막연히 하버드·예일·프린스턴을 선망했던 철없는 초등학생이 아닌 세컨더리 학생으로서 목표를 세우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 반은 15명 안팎. 한국처럼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능동적으로 수업에 참여해야 한다. 그렇게해야만 점수도 잘 나오고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이밖에 캠핑과 내가 좋아하는 교내의 다양한 스포츠 활동을 통해 협동심과 자립심을 꾸준히 키워가고 있다.
캐나다에 처음 와서 생소하게 느꼈던 것은 학교 분위기다.
사립학교는 물론이고 처음 다녔던 공립학교에서도 한국과는 다르게 학습이나 다른 여러면에서 학생 스스로가 생각하고 설계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어떤 강제성에 의해서가 아니라 내가 스스로 찾아서 하는 학습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다.

나는 현재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 기숙사는 주니어스쿨 내에 있으며 모든 시설이 완벽하게 구비돼 있어 생활하는 데에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
하지만 한국음식이 그리워질 때엔 주말을 이용해 가까운 친지댁에 머물다 돌아오기도 한다.
나를 위해서 이곳 캐나다까지 보내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리며, 미국 대학시험인 SAT를 열심히 준비해 꼭 원하는 아이비리그에 진학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자료제공=캐나다 배형석교육원 / 02-3448-8200

김 부 이 (16·Missouri Academy)

너도 나도 외국으로 유학가는 때, 교실 친구들의 숫자는 나날이 줄어갔지만 난 그저 묵묵히 내신·논술·수능이라는 세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기위해 바쁜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미주리 아카데미에서 장학생을 뽑는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설명회에 참석했다. 그곳에서 만난 미주리 아카데미 학장 Dr. CleoSamudzi는 오늘의 내 삶을 180도 바꾸어 놓았다.
오전 6시반에 일어나 밤12시까지 강행군하던 한국 생활과 달리 이곳에선 오전 10시까지 마음놓고 쉴 수 있는 여유가 있다. 심지어 수업 사이사이에 비는 시간이 있어 틈틈이 나만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미주리 아카데미는 한국의 영재학교와 같다. 수업강도나 공부하는 양이 어마어마하다.
한국에서는 다들 입시문턱에 매달려 자기 앞가림에 바쁘지만, 여기 아이들은 같이 공부하며 친구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을 서로 도와준다.
친구들과의 '경쟁'은 이해할 수 없는 개념이다. 지난주에는 아침 일찍 일어나 친구들끼리 숙제를 도와준 적도 있다. 수업시간은 우선은 개념 위주로 가르치지만 이후에 반드시 실험시간이 있다.
우리나라는 수행평가 시간에나 실험을 하지만 여기서는 평상시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직접 실험해보는 시간을 수업에 포함시킨다.
실험수업은 개념 외우기에 급급했던 나의 공부습관을 바꿔주었다.

이제는 굳이 외우지 않아도 실험과정을 생각하면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쉽게 이해하고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과목마다 시험은 2주에 한번씩 보는데 하루라도 공부를 미루게 되면 시험날 곤욕을 치르게 된다.
미주리 아카데미에서는 벼락치기가 안 통한다. 하루하루의 진도가 일반 미국 공립학교의 두 배이기 때문에 시험범위 또한 두 배다. 가족과 떨어진 채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공부하는 게 때로는 힘들고 외롭기도 하다.
하지만 공부나 생활 면에서의 여유를 생각하면, 미국 생활은 한국 입시에 얽매여 생활했던 나에게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자료제공=페르마에듀 해외사업본부
02-3452-6772

박 지 수(17·Hawaii Preparatory Academy 12학년)

유학생활 5년차. 내 경험에 비춰보면 기숙사 생활은 개개인의 성격이나 사교성에 따라 판이하게 다를 수 있다.
나보다 한 해 일찍 유학온 일본 친구는 소극적이고 폐쇄적인 성격 때문에 기숙사에서 다른 친구와의 교류를 꺼려 아직도 영어가 서투르다. 그 탓에 ESL과정을 4년이나 듣고 있다.
그러나 난 쾌활하고 긍정적인 성격 덕분에 몇주안에 기숙사 생활에 적응하고, 룸메이트를 비롯해 기숙사 동료들과 금방 친구가 됐다. 성공적인 기숙사 생활을 하려면 남에 대한 배려와 친구들을 존중하는 마음이 필수조건이다.

친구는 보통 첫 룸메이트로 시작해 기숙사의 같은 층, 기숙사 전체로 넓어진다.
난 기숙사 외에 학교 근처에서 등교하는 친구들(Day students)과도 금방 알게 됐지만, 대개는 기숙사 내 같은 문화권 학생들과 먼저 교류하게 된다.
처음 접하는 낯선 사회에서 한국 학생간의 공동체 형성은 성공적인 사교생활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가족들의 지원 없는 유학생활에서 같은 문화권 친구들은 서로 정신적으로 의지가 돼 중요한 지원자가 되기도 한다.

난 기숙사 Prefect(사감을 도와 기숙사 생활을 관리하는 고학년생)다.
여러 새로운 학생들을 접하면서 느낀 바로는, 이제는 가족과의 삶을 떠나 새로운 친구 관계를 만든다는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국에서 배운 도덕성을 바탕으로 친구들과 선생님을 존중한다면 어떤 환경에서든 성공적인 유학생활을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유학을 떠나기 전 자신의 목적을 분명히 세우고 부모님이나 다른 주위 사람들의 충고없이 스스로 생활을 해나가겠다는 결심이 중요하다.
나도 미국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교육과 비교했을 때 미국의 교육은 쉽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와보니 전혀 다르다. 외부에서의 통제가 없어 오히려 초기에는 적응하기 힘들었다.
스스로 나태해지지 않고 자신을 다잡을 수 있는 것은 학생의 입장에서 쉬운 일은 아니지만, 나의 그런 노력이 성공적인 유학생활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자료제공=중앙일보 에듀라인 카플란사업본부
02-3444-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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