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폭발 사건에서 인스턴트 저널리즘을 보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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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호 10면

미국에 PEJ(Project for Excellence in Journalism)라는 민간 언론연구기관이 있다. 몇 년 전부터 미국의 언론·뉴스를 종합적으로 조사해 연례보고서를 내는 곳이다. 이 기관이 제시하는 ‘보도지수’가 있다. 최고 수준의 보도가 갖춰야 할 조건들을 지수화한 것이다. 한 기사 내에 두 개 이상의 관점(찬반 등), 네 개 이상의 이해당사자의 견해가 포함돼 있어야 최고 보도라고 친다. 신중치 못하거나 편파적인 보도를 감별하려는 취지다.

지난 주에 BBK 주가조작 의혹, 삼성 특검보다 사람들의 관심을 끈 소식이 있었다. 충북 청원에서 굴착기 기사 서모씨가 휴대전화의 배터리 폭발로 숨졌을 것이라는 보도였다. 누구나 바지·상의 주머니에 휴대전화 한 개쯤은 지니고 다니는데, 어찌 관심이 가지 않겠나. 대다수 언론은 휴대전화 폭발로 인한 국내 첫 사망 사례라고 크게 취급했다. 물론 폭발 사망이라고 100% 확언하지는 않았지만 대중이 그렇게 받아들이기 충분할 만큼 단정적인 보도였다. 객장에서 해당 휴대전화 제조사의 주가가 출렁이고 인터넷에는 디지털기기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넘쳐 났다.

우리 언론은 하루 만에 정정 기사를 내야 했다. 사건의 최초 목격자이자 동료 기사인 권모씨가 몰던 차량에 치여 서씨가 숨졌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내 취재환경은 ‘인스턴트 저널리즘’을 키운다. 심층적인 내용을 담을 만큼 취재기자가 많지도, 취재기간이 길지도 않다. 즉석에서 빨리 먹어 치우기 좋은 쪽으로 발달해왔다. 이번 해프닝도 이런 저널리즘이 만든 촌극이었다. 다양한 관점과 이해당사자의 견해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면 대중에 쇼크 수준의 공포심은 심어주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실수를 숨기려는 동료 기사의 목격담에 춤추지도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한 사람, 한 정파의 ‘입’이 여론의 흐름을 비틀기 십상이다. 비록 기자실이 폐쇄되고 공직자에 대한 접근이 차단되는 요즘이지만 언론의 기본 책무,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다양한 입장을 들어보려는 노력을 게을리 해선 곤란하다. PEJ 보도지수에 부합하는 국내 보도의 비율이 미국의 3분의 1 수준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이를 되씹어봐야 할 때다.

▶지난 주

27일 여수시 2012년 엑스포 개최 도시로 선정
28일 CJ 이천공장 화재 진압하던 윤재희 소방사 순직
29일 군형법(상관 살해한 자는 사형에 처한다) 위헌 결정
30일 검찰, 삼성증권 압수수색
경찰청, “김포외고 입시 문항 60개 중 53개 유출” 확인
교육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41개 대학신청” 발표
 
▶이번 주

4일 ‘삼성 특검법’ 발효
4~5일 서울시교육청, 대입 학부모 설명회(정신여고·동성고)
5일 제2회 자원봉사자의 날 기념행사(과천시민회관)
6일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개장
7일 2008 대학 수학능력시험 성적 발표
8일 서울광장 성탄 트리 점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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