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고집, 은곰을 잡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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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이 제54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사마리아>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회는 15일 새벽(한국시간) '영화 <사마리아>로 원조교제를 하는 두 소녀와 형사인 아버지의 복수 과정을 통해 용서와 화해, 원죄와 구원의식을 독특한 방식으로 그린 김기덕 감독에게 경쟁부문 은곰상인 감독상을 수여한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 감독이 베를린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2년 영화 <나쁜 남자>로 이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받았던 김 감독은 자신이 제작까지 맡은 영화로 두번째 도전만에 감독상을 거머쥐었다. 이로써 한국 영화계는 2002년 <취화선>의 임권택 감독, <오아시스>의 이창동 감독이 각각 칸영화제와 베니스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데 이어 마지막 남은 베를린영화제에서 수상, 세계 3대 영화제의 감독상을 모두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올 베를린영화제에는 모두 400여 편의 영화가 각종 부문에 출품됐으며, 경쟁부문에는 26개 작품이 후보작으로 올랐다.

프랑스 파리에서 인터뷰 도중 수상 소식을 접했다는 김 감독은 "쟁쟁한 외국 감독들의 작품이 경쟁부문에 출품되어 수상을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내 스타일을 고수하며 나만의 작품세계를 지켜온 것에 대한 보답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지난 10일 현지에서 열린 <사마리아> 기자 회견에서 경쟁부문에 출품되었으면서도 "국제 영화제에서의 수상을 목표로 연출하지 않았다"고 답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화제 주최측은 파리에서 베를린 공항으로 온 김 감독을 리무진으로 시상식장으로 모셨다.

제54회 베를린영화제는 15일 폐막식을 끝으로 11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한편 최우수 작품상인 황금곰상은 어려운 가정에서 탈출하기 위해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결혼하는 터키계 독일 여성의 심리를 그린 터키계 2세 독일 감독 아티 아킴스의 <벽을 향해>가 차지했다.

우수작품상인 심사위원단 은곰상은 아르헨티나 다니엘 부르만스 감독의 <잃어버린 포옹>에게 돌아갔다. 콜롬비아 영화 <은총가득한 마리아>는 최우수 여자배우상(카탈리나 산드리노 모레노)과 베를린영화제 창시자 알프레드 바우어 추모상(요수아 마르스톤 감독)을 받았다. 일곱 명을 살해한 뒤 사형당한 창녀 이야기를 다룬 미국 영화 <괴물>은 당초 가장 유력한 금곰상 후보작으로 꼽혔으나 찰리즈 시어런이 최우수 여자배우상을 공동 수상하는데 그쳤다. 최우수 남자배우상은 <잃어버린 포옹>의 다니엘 헨들러에게 돌아갔다.

일간스포츠 박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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