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카드는 필패 오바마는 필승 국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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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중 선두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사진(左)) 상원의원의 대선 가도에 '빨간 불'이 켜졌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 힐러리가 존 매케인 상원의원,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 등 공화당의 주요 대선 후보 5명과의 일대일 가상 대결에서 모두 패배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미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조그비가 2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7월 실시된 조그비의 조사에선 힐러리가 줄리아니에게 5%포인트, 매케인에게 2%포인트, 다른 후보들에겐 압도적인 차이로 승리했었다.

이날 발표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 상태에서 힐러리가 줄리아니와 맞붙을 경우 39.4%의 표를 획득, 43%를 얻는 줄리아니에게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케인에게도 42.1% 대 37.6%로 뒤지는 것으로 집계됐다. 힐러리는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 프레드 톰슨 전 상원의원 등 나머지 세 명의 후보에게도 3~5%포인트씩 뒤졌다.

반면 힐러리에 이어 민주당 내 지지도에서 2위를 달리는 버락 오바마(사진(右)) 상원의원은 이번 조사에서 공화당 5명의 후보와 가상 대결에서 모두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바마는 줄리아니에게 46% 대 40%로 이기는 등 모든 후보에 대해 5~6%포인트의 큰 격차로 우세를 보였다. 당내 3위 후보인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조차 오바마만큼 차이가 크진 않아도 공화당 후보 5명을 가상 대결에서 모두 앞지른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번 조사 결과는 최근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후보들로부터 집중 포화를 받고 있는 힐러리가 코커스(당원대회)와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가장 먼저 실시되는 아이오와주와 뉴햄프셔주는 물론 미 전역에 걸쳐 지지율이 하락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이 결과는 일반 투표 지지율을 예상한 것일 뿐 '승자독식(Winner takes all)' 방식으로 치러지는 대선 결과에 대한 정확한 예측은 아니다. 하지만 당내 대선 후보를 뽑는 프라이머리를 불과 5주 앞두고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가 나옴에 따라 힐러리가 위기를 맞게 됐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번 조사는 21~26일 미국 전역에 걸쳐 9150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 대상엔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자가 동일한 비율로 포함됐다.

◆조그비(Zogby International)=레바논계 미국인인 존 조그비가 1984년 설립한 여론조사 전문기관. 96년 미국 대선에서 실제 투표 결과와 0.1포인트 차로 근접한 예측치를 내놓으며 빌 클린턴 후보의 당선을 점쳐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2000년 대선 때도 다른 조사기관들이 조지 W 부시 후보의 압도적 승리를 예상한 반면 조그비는 부시가 근소한 표차로 신승을 거둘 것이라고 정확하게 지적했었다. 하지만 정확성에 대한 조그비의 명성은 2004년 대선에서 무너지고 말았다. 조그비는 대선이 끝난 뒤 사전조사와 출구조사 등을 고려, 존 케리 후보가 유권자 득표수에선 뒤져도 선거인단 수에서는 311 대 213으로 앞서 부시에게 압승할 것이라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이와 달리 부시가 승리한 것으로 밝혀지자 이 회사의 설립자이자 대표인 존 조그비는 "우리의 예측치는 모두 오차 범위 내에 있다"며 실수를 인정하길 거부했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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