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논술방] 한글날이 공휴일이어야 할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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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자·고증=한재영 교수(한신대 국문과)

계연진(분당중 1)

 새 달력을 받아들면 가장 먼저 내 생일을 찾아본다. 무슨 요일인지 궁금해서이다. 그 다음에는 공휴일을 찾는다. 공휴일에는 학교도 가지 않고 대개는 학원도 쉬기 때문에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도 있고 친구들과 약속을 할 수도 있으니까. 특히 주말과 이어져서 연휴가 되면 더 반갑다. 그리고 그날이 되면 삼일절인지 현충일인지 한 번쯤은 생각해보게 된다. 국기를 달거나 사이렌이 울리는 동안 묵념을 올리기도 하지만 꼭 그러지 않더라도 무엇을 기념하는 날인지는 생각나게 하는 것 같다.

 국경일 가운데 공휴일로 지정된 날이 있고 그렇지 않은 날이 있는데 과거에 공휴일이었던 국군의 날과 한글날이 지금은 제외되었다. 공휴일은 여론에 따라 바꿀 수도 있다는 예이다. 국군의 날은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과 전몰장병을 기념하는’ 현충일과 그 의미가 비슷하니까 공휴일에서 제외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 같다. 하지만 한글날은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한글은 우리 민족 고유의 글이다. 외국인들이 감탄할 정도로 과학적이며 경제적인 언어라고 한다. 중국 한자를 빌려 쓰면서 민족의 주체성을 갖기는 어렵다. 또 어려운 한자를 익히지 못한 일반 백성들은 읽을 수도 쓸 수도 없었다.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의 열정이 없었다면, 지금도 우리가 중국 한자를 쓰고 있다면 가정해보기만 해도 암울하다. 그리고 세계화 물결, 인터넷과 핸드폰 사용 등과 같은 오늘날의 환경은 한글을 점점 더 위협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글의 의미와 그 소중함에 대해 더욱더 강조하고 되새겨봐야 한다.

 국경일인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해서 한글의 우수함과 한글을 중심으로 우리 민족의 자주성을 다시금 생각해보는 날로 삼아야 한다.

첨삭·총평

 이번 논제는 국경일과 기념일, 또 공휴일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주어진 논제를 가지고 글을 쓸 때는 핵심어에 대한 기본적인 정의를 먼저 짚어보는 것이 좋다. 사전을 보면 국경일은 ‘국가적인 경사를 축하하기 위해 법으로 정하여 온 국민이 기념하는 날’이고 기념일은 ‘어떤 일을 기념하기 위하여 정한 날’로 되어 있다. 따라서 국경일과 기념일의 차이는 국가적인 범위에서 중요성이 큰가 그렇지 않은가의 차이임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국경일과 기념일 가운데 일부를 공휴일로 지정하고 있다. 핵심어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제시문을 읽었을 때 논제와 관련하여 좀 더 분명한 자신의 입장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논제는 지금의 국경일·기념일·공휴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야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계연진 학생은 국경일인 한글날을 공휴일로 다시 지정하자고 썼다. 한글의 역사적·사회적 중요성과 오늘날 한글이 처한 환경을 근거로 제시한 점이 설득력이 있다. 글의 구성에서 서론의 핵심을 정확하게 서술하고 결론을 좀 더 여유 있게 정리하면 좋겠다. 또 1991년 ‘공휴일이 너무 많아 경제발전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국군의 날과 한글날이 공휴일에서 제외되었고 지금까지도 한글 관련 단체들이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하자는 운동을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루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오길주 문예원글로피아 원장

다음주제는 중앙일보 joins.com의 논술카페 ‘우리들의 수다(cafe.joins.com/suda)’ 중학논술방에 글을 올려주세요. 매회 20명을 골라 문예원글로피아 연구원들이 총평을 해드립니다. 또 우수 논술 한 편을 골라 총평과 함께 지면에 게재합니다. 제시문은 중학논술방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다음 주제=외환위기 10년을 맞아 한국 사회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국가 리더십의 역할도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최근 한국정치학회와 한국경제학회는 ‘정부와 기업의 리더십’에 대한 주제의 세미나를 했다(본지 11월 6일자 E10~11면). 제시문에 인용된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새시대 국가지도자의 리더십’이란 주제로 논술하라. (800자 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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