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웨이브>외환자유화와 자본도피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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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최근 정부는 외환제도 개혁방안을 발표했다.이에 의하면 실물(實物)거래를 동반한 경상거래를 중심으로 자유화하되 점진적으로 97년까지는 대부분의 자본거래도 자유화할 예정이다.특히 이번 방안에서는 외환자유화로 인한 일방적인 외화유입으로 초래될 국내금융시장의 팽창효과(Ballooning Effect)를 최소화하기 위해 예전과는 달리 자본유출 쪽에도 상당한 비중을 두었다. 그런데 이러한 자유화조치로 현재 일각에서는 해외도피 목적의자본유출에 대한 우려로 외환자유화에 대한 신중론을 제기하고 있다.사실 이러한 우려는 근거가 없지는 않다.지난 70년대 외환규제가 없었던 멕시코의 경우 군사정권의 부패와 인 플레이션 압력의 가중으로 권력층및 부유층에 의한 자본도피가 대규모로 이루어졌다.이들 자금의 주도피처인 미국은 한때 경상수지 계정의 오차항(Error and Omission)이 예상외의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비즈니스 위크誌는 현재까 지 누적된 멕시코의 도피자본 규모가 1천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우리의 경우도 지하경제 규모가 최고 국민총생산(GNP)의 30~4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조세회피를 위한 외화도피의 우려 가 적지는 않다고 하겠다.
그러나 외국의 경험에 비춰 볼때 외화도피의 근본 원인은 외환자유화 때문이 아니라 경제정책의 실패 때문이다.80년대 후반 이후 멕시코뿐 아니라 중남미 여러나라에 있어 도피했던 자금이 다시 국내로 급속히 유입되고 있다.이는 80년대 후반 문민정부의 출범 이후 이들 국가에서 세자리 숫자의 악성 인플레이션이 진정되고 자유경제가 회생되고 있기 때문이라 하겠다.경우의 차이는 있으나 중국의 경우도 외화자금의 작년 한해 유입규모가 1천3백억달러로 여태까지 한국에 투자된 해외투자의 누적액을 훨씬 상회했다.이중 대부분인 약 80%가 미국.일본등 순수 외국자본이 아니라 해외화교(華僑)들의 침대 아래 묻어둔 저축(Mattress Money)이 홍콩.대만및 싱가포르의 금융기관을 통해해외 투자의 형태로 환 류된 汎중국계 자본인 것이다.
이러한 사실들이 시사하는 것은 자명하다.즉 자금도피 문제까지포함,한 나라의 외화유출입은 그나라 경제의 성장성및 견실성에 달려 있다.더구나 자본의 흐름이 국가 對 국가의 차관형태가 아니라 자본시장을 통해 중개되는 증권화의 세계적 추세아래에서는 더욱 그렇다 할 것이다.한마디로 말하자면 현재와 같이 우리 경제가 안정성장 기조를 유지하는한 정부의 이번 외환자유화 조치로일부 우려와 같이 자본의 해외도피라는 부(負)의 효과보다 금융시장의 경쟁이 유발되고 해외여행 및 투자 확대로 한국경제의 국제화가 촉진되는 정(正)의 효과가 더욱 클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경제硏연구위원.經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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