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식사습관과 성격특징-편신.暴食하는사람 냉담.공격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서구문화에서의 미적 기준이 글래머형에서 마른형으로 가는 세태의 변화는「식사장애」라는 정신과적 문제를 지닌 환자를 급격하게양산해 외국에서는 이들이 젊은 여성의 1%를 차지하고 있고 정신과가 운영하는「이팅 센터」가 호황을 누리고 있 는 실정이다.
이는 식사가 한 사회의 문화와 정신병리를 반영하는 중요한「거울」이 되고 있음을 뜻하는 것으로 마른형의 슈퍼모델이 등장하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21일 한국종합전시장에서 개최된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가을 학술대회에서 서울백병원 정신과 이영호(李永浩)교수팀이 발표한「한국성인의 식사특성과 성격특징 연구」는 섭식행태와 개인의 성격,그리고 국내에서도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되는 식사장애 와 관련된 기초자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이번 조사는 전국의 성인남녀 4천2백21명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규모와 내용면에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 조사에 따르면 직접 음식을 만들거나 어울려 식사하는 것을싫어하고 식사습관이 나쁜 사람들은 대체로 공격적이고 정서적으로냉담하며 자기중심적인 경향이 높다는 것이다.
나쁜 식사습관이란 불규칙적인 식사와 폭식.편식을 말하는 것으로 이들은 대체로 과일.야채및 찌개류 등을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채식주의자들이 비경쟁적이고 자신감.성취감이 높은 반면 육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지배성과 공격성이 높다는 외국의 보고와 일치했다.
특히「살이 쪘다는 생각을 떨칠수 없다」「음식이 나의 인생을 지배한다」「먹고 난 다음 심한 죄책감을 느낀다」등 식사태도가 나쁜 사람이 12%를 넘고 이 가운데 70%가 여성으로 나타났는데 이들은 식사장애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었다. 체형별로 나타난 결과는 살이 찐 사람들이 성격적으로 사회에 잘 순응하고 자신을 잘 보이려는 경향을 보인 반면 음식에 대해선 강한 집착을 보였다.이에 반해 마른형은 갈등에 민감한 신경증적이며 건강에 대한 염려가 심했다.대체로 비만형 은 육류와 어류를 좋아한 반면 밥류는 싫어했고 마른형은 외식을 할 때음식의 종류를 선택하는 데 숙고하는 편이었다.
문제는 자신의 몸무게가 마른편인데도 비만한 것으로 생각해 많이 먹고 억지로라도 토하는 거식증이나,식사를 거부하는 신경성 식욕부진증 등 스스로 통제능력을 잃은 식사장애자가 늘어난다는 데 있다.
최근 모대학병원에 입원한 94㎏의 30대 주부와 44㎏의 청년은 대표적인 사례.주부의 경우엔 남편과의 갈등으로 폭식을 하고 토하는 거식증을,청년은 군대를 면하기 위해 식사를 제한하다신경성 식욕부진증으로 발전한 것이다.
보통 표준체중의 25%를 넘지 않으면 개인의 의지로 조절이 가능하지만 그 이상의 경우엔 정신과의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식사일기 치료 도움 의사는 먼저 갈등의 원인을 찾아 극복하게 하고 식사일기 쓰기,상과 벌을 주는 행동치료 등을 같이한다.식사일기는 그날 먹은 식사의 종류.양,식사 때의 심리상태와 식사분위기 등을 적는 것으로 이를 통해 자신의 나쁜 식습관을 발견하고 이를 고쳐나갈 수 있도록 해준다.
李교수는『식사습관과 개인의 성격은 서로 영향을 주며 발전하기때문에 젖을 빨기 시작할 때부터 성장기까지의 식사교육이 성격형성과 바른 체형유지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음식만들기에 참여토록 유도하고 규칙적이고 고른 식사,가능하면 많은 식구들이함께 모여 즐거운 식사를 하도록 권했다.
〈高鍾寬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