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의 힘’ … 러시아 갑부, 크로아에 ‘벤츠 베팅’ 적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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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가 잉글랜드를 잡아주면 승리에 기여한 선수 4명에게 벤츠 승용차 한 대씩을 선물로 주겠다.” -러시아 갑부 레오니트 페둔(본지 11월 21일자 29면)

‘벤츠의 힘’이었나 ‘히딩크 매직’이었나.

크로아티아가 원정경기에서 ‘축구 종가’ 잉글랜드를 3-2로 꺾었다. 덕분에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러시아가 잉글랜드를 밀어내고 2008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8) 본선 무대를 밟게 됐다.

22일(한국시간) 열린 유로2008 예선 최종전은 히딩크의 마법과 자본의 힘을 동시에 보여준 드라마였다.

경기 전까지만 해도 E조 3위(6승3무2패·승점 21) 러시아는 절망적이었고, 2위(7승2무2패·승점 23) 잉글랜드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러시아가 안도라를 꺾더라도 잉글랜드가 1위 크로아티아(8승2무1패·승점 26)와 비기기만 하면 조 2위까지 주어지는 본선 진출이 좌절될 상황이었다. 더구나 잉글랜드는 홈 경기, 러시아는 원정이었다.

구원의 밧줄은 러시아 프로축구 스파르타크 모스크바 구단주인 페둔이 내려줬다. 페둔의 ‘벤츠 베팅’이 크로아티아 선수들의 승부욕에 불을 질렀다.

비기기만 해도 되는 크로아티아 선수들은 펄펄 날았다. ‘잉글랜드 축구의 성지’ 런던 뉴웸블리에서 열린 경기에서 크로아티아는 전반 8분 니코 크리니차르와 14분 이비차 올리치의 연속골로 앞서나갔다.

다급해진 잉글랜드는 후반 11분 프랭크 램파드의 페널티킥으로 추격을 시작했고, 후반 20분 데이비드 베컴의 크로스를 피터 크라우치가 기어코 동점골로 연결했다. 2-2로 끝나기만 해도 본선 진출이 확정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후반 교체 투입된 믈라덴 페트리치를 막지 못했다. 페트리치는 후반 32분 페널티지역 왼쪽 측면에서 강력한 중거리포로 결승골을 터뜨렸다. 예선 탈락한 잉글랜드는 스티브 맥클라렌 감독을 해임했다. 맥클라렌 감독은 역대 잉글랜드 감독 중 최소 재임 기간(1년 4개월)에 물러나는 불명예를 안았다.

러시아는 안도라 원정에서 후반 39분 드미트리 시체프가 천금 같은 헤딩 결승골을 터뜨려 1-0으로 승리, 극적으로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러시아는 전반 막판 페널티킥을 실축하고 후반 39분 한 명이 퇴장당했지만 한 골을 끝까지 지켜냈다.

이제 관심은 누가 벤츠를 받을 것인가에 쏠려 있다. 페둔은 “골키퍼와 필드 플레이어 중 수훈 선수 세 명에게 주겠다”고 약속했다. 따라서 페둔이 구단주로 있는 스파르타크 모스크바 소속인 크로아티아의 골키퍼 슈티페 플레티코사는 이미 벤츠를 확보한 상태다. 나머지 3대는 잉글랜드전에서 골을 넣은 세 선수에게 돌아갈 공산이 크다.

C조의 터키와 F조 스웨덴도 조 2위를 확정, 본선 무대에 합류했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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