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지구촌 금융시장 마지막 ‘블루 오션’ 이슬람 머니를 잡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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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머니가 한국에도 상륙한다. 굿모닝신한증권은 21일 말레이시아의 KIBB증권과 손을 잡고 이슬람 채권을 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 증권사 이동걸 사장은 “말레이시아는 전 세계 이슬람 채권의 절반 이상이 유통되고 있는 이슬람권의 금융 허브”라고 말했다. 새로 선보일 상품은 말레이시아의 팜오일에 투자하는 2700억원 규모 펀드의 국내 판매다. 이 사장은 “앞으로는 이슬람 자본과 자금이 필요한 국내 기업을 연결하는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이슬람 머니가 세계 금융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슬람 방식으로 독특하게 운용되는 이슬람 머니를 활용하려면 걸림돌도 적지 않다.

◆팽창하는 이슬람 머니=이슬람 머니는 우선 조달 비용이 낮다. 미·유럽 금융회사보다 연 1.5%포인트 정도 싸게 빌려준다. 또 5년 이상의 장기 대출이 많다. 문제는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에 따라 엄격한 제한이 따른다는 점이다. 우선 샤리아는 이자를 금지하고 있다. 그래서 대출 방식이 특이하다. 이슬람 머니를 빌려 차를 사려면 은행이 직접 자동차 회사에 차 값을 지급한다. 대신 대출받은 사람은 은행에 이자 대신 수수료 형태로 원리금을 갚아나가는 방식을 밟아야 한다. 또 이슬람 머니는 대출·채권·예금 상품 대신 건물·토지 같은 실물자산을 기초로 한 리스상품에 주로 투자한다. 도박과 술·돼지고기·포르노와 관련된 투자도 엄격히 금지된다.

운용 방식이 까다롭지만 이슬람 머니의 힘은 규모에서 나온다. 이슬람개발은행에 따르면 이슬람 머니는 2000년 이후 연평균 15%씩 증가해 총자산규모가 9000억 달러에 이른다. 이슬람 율법을 준수하는 대표적인 이슬람 채권인 ‘수쿠크’는 1999년 20억 달러로 출발했다. 이 채권은 지난해 발행 잔액이 165억 달러로 불어났다. 이슬람개발은행 관계자는 “원유가격 급등으로 오일 머니가 대거 유입된 데다 연 6%에 달하는 이슬람권의 경제성장률이 수쿠크 성공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각국 치열한 유치전=이슬람 머니를 잡기 위한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HSBC는 이슬람 금융 전담 자회사인 ‘HSBC 아마나(아랍어로 ‘신용’이라는 뜻)’를 설립했고, 씨티그룹은 이슬람 금융 전담팀을 가동하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ABN암로·알리안츠 등도 관련 금융상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이슬람 국가들은 더 많은 이슬람 머니를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이다.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금융기관의 법인세를 향후 10년 동안 전면 면제했다. 바레인도 이슬람 금융 규제를 크게 완화하는 쪽으로 제도를 손질하고 있다.

비(非)이슬람 국가의 행보도 눈길을 끌고 있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이슬람 율법에 저촉되지 않는 일본 기업 79개사로 구성된 ‘샤리아 증권지수’를 개발해 다음달 3일에 공개하기로 했다. 홍콩 증권선물위원회는 이슬람 투자자들이 신청한 ‘항셍이슬람차이나인덱스펀드’를 전격 허용했다. 싱가포르도 2005년 은행법을 개정해 이슬람 금융거래와 일반 금융 간의 세제 차이를 철폐했다. 중국 정부도 인프라 투자 및 부동산 개발에 이슬람 자금을 적극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한국은행은 21일 ‘주요국의 이슬람 금융 대응전략과 시사점’ 이란 보고서를 펴냈다. 이슬람 머니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때라는 것이다.

서정민 중동전문위원, 김준현·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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