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은영의 DVD 세상] 어찌 잊으랴 '아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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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소룡 컬렉션 수록작품

'당산대형(Big Boss)'(1971년)

'정무문(Fist of Fury)'(1872)

'맹룡과강(Way of the Dragon)'(1972)

'사망유희(Game of Death)'(1978)

'이소룡의 삶과 전설(Bruce Lee : The Man & The Legend'(1977)

'아비요~'하는 특유의 괴성과 현란하게 휘두르는 쌍절곤, 줄무늬가 들어간 노란 운동복. 그리고 배에 새겨진 선명한 왕(王)자 근육과 까만 도복 바지를 입고 날리는 특유의 발차기. 1970년대와 80년대 이 땅을 살았던 피끓는 열혈남아 중에 과연 리샤오룽(李小龍)이라는 존재를 모르는 이가 있을까?

그 시절 얼마나 많은 청춘들이 리샤오룽의 복근을 열망하며 거울 앞에 서서 쌍절곤을 휘둘렀던가. 그는 다섯 편의 영화를 남기고 73년에 32년의 짧은 생을 마감했지만, 생전 강렬했던 그의 삶은 여전히 우리의 피를 끓게 한다. 최근 '말죽거리 잔혹사'나 '킬빌' '소림축구'처럼 동.서양과 장르를 막론하고 리샤오룽의 존재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그의 영화들이 DVD로 새롭게 출시된다.

40년 11월 27일 샌프란시스코의 차이나타운에서 태어난 리샤오룽은 70년대 쿵푸가 무협 영화에서 독자적인 자리를 잡게 한 일등공신이었다. '당산대형'과 '정무문'등으로 스타덤에 오른 그는 또한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에 출연한 최초의 홍콩 스타이기도 했다.

70년 홍콩으로 돌아온 리샤오룽은 이듬해인 71년 나유와 함께 '당산대형'을 만들게 된다. 태국에서 촬영된 이 영화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홍콩 전역에는 리샤오룽과 쿵푸 영화의 바람이 휘몰아친다(아직 특유의 괴조음은 등장하지 않았다).

다음 해 발표된 '정무문'은 리샤오룽 신화의 진정한 시작이었다. 사부의 죽음을 듣고 상하이로 돌아온 그는 사부의 죽음이 일본 무도인들의 간계임을 알게 된 후 처절한 복수극을 벌인다. 주먹을 날리고 발차기를 할 때마다 새를 연상시키듯 길고 높게 뽑는 괴조음, 번개처럼 날아가 어느새 상대를 제압하는 놀라운 발차기, 방향을 가늠할 수 없는 현란한 쌍절곤 등 이 영화는 '리샤오룽'하면 떠오르는 모든 것의 시작이자 완성이었다.

또한 이 영화는 리샤오룽의 영화 중 키스 장면이 등장하는 유일한 작품이었다. 이후 리샤오룽의 이미지는 점점 이성과의 사랑과 무관해졌으며 복수와 응징이라는 남성적인 세계만이 강조됐다.

이번에 출시된 DVD에는 '당산대형'과 '정무문'을 비롯해 '맹룡과강', 유작인 '사망유희' 등 네 편의 영화와 사후 제작된 다큐멘터리 '이소룡의 삶과 전설'을 담은 별도의 부록 등 총 다섯 장으로 구성됐다. 애너모픽과 DD.DTS 사운드를 지원하며 비디오 정도의 수준이었던 기존의 리샤오룽 DVD에 비해 메뉴 디자인이나 화질.사운드 모두 정성을 듬뿍 들인 인상이다.

무엇보다 2.35:1의 화면비는 공간을 가로질러 전광석화처럼 발차기를 날리던 리샤오룽의 호쾌한 액션을 만끽하기에 제격이다. 각 타이틀 별로 스틸 사진 모음.예고편 모음 등의 부가영상물을 수록했다.

네 편의 영화 외에 과거에 발매된 '용쟁호투'를 포함해 이소룡의 영화는 다섯 편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지상에 남긴 그의 흔적은 '신화'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커다란 것이었다. 더 이상 영웅도 이상적인 남성성도 없는 현대에서 정의와 대의를 위해 목숨마저 바치는 리샤오룽의 호쾌한 액션은 재미와 쾌감을 넘어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전해준다. 수십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우리가 리샤오룽에 열광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모은영 DVD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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