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민들 잇단 공직자비리에 허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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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仁川=金正培.鄭泳鎭기자]북구청 세무과 직원들의 세금횡령사건파문이 미처 수습되기도 전에 인천지역 경찰.검찰.세무서 직원들까지 슬롯머신업소로부터 정기 또는 수시로 거액의 뇌물을 상납받으며 악어와 악어새처럼 공생해온 사실이 드러나자 시 민들은『인천시는 부패의 소굴이냐』며 공무원들의 부패를 성토했다.
이번 뇌물수수사건과 관련된 행정부서 직원들 역시 모두 일손을놓은채 언론보도와 당국의 수사방향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 행정공백 우려까지 낳고 있다.특히 북구청 세무과직원 세금횡령사건을 한달여동안 수사중인 인천지검은 지방공무원의 비리를 척결한다는 의지아래 수사를 진행해오다 이번 사건과 관련,사건과장등 직원 2명이 전격 구속되자『검찰의 위신이 땅에 떨어졌다』며 침통한 모습들이다.
◇시민반발=인천경실련 오성균(吳成均.31)간사는『시민들이 분노의 차원을 넘어 부정에 대한 불감증까지 생기고 있는 지경』이라며『특히 사정(司正)기관인 검찰 간부까지 뇌물을 받아 챙겼다니 앞으로 사정의 결과를 누가 믿겠느냐』고 공무원 들의 자세를비난했다.
인천지역 성직자.교수.변호사등 여론지도세력의 모임인 목요회 정희윤(鄭熙允.37)간사는『반드시 국회에서「공직자부정부패방지법」을 제정하고 범시민운동차원에서 부정비리 방지 감시운동을 전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관가표정=15일 오전 대검중앙수사부로부터 사건과장 장석영(張錫英.48).강력과 전세웅(全世雄.40)씨 등 직원 2명의 구속방침을 전해들은 인천지검 고위간부들은 검사장실과 차장검사실을 오가며 대책을 숙의하는 등 침통한 표정이 역력 했다.
장재(張在)차장검사는 이날 오전8시30분부터 김태현(金泰賢)특수부장과 전창영(全昌鍈)공안부장 등을 차례로 불러 향후 대책을 논의한 뒤 대검중수부의 수사방침을 정리했다는 후문이다.
슬롯머신업소의 경리장부에 자신의 이름이 기록된 인천지방경찰청및 중부경찰서 소속 일부 경찰관들은 건강을 이유로 이틀째 출근조차 하지 않았는가하면 다른 경관들도 서로 모여 앞으로 파문이어떻게 번질까 걱정하면서 일을 손에 잡지 못하고 있다.
중부서 형사과 한 직원은『장부상에 나타난 뇌물액수가 20만~50만원사이인 점으로 보아 평소 친분때문에 용돈식으로 건네진 것으로 보인다』며『검찰수사에서 이런 점이 감안되지 않을 경우 적어도 경찰관 30~40명은 줄줄이 쇠고랑을 차■ 될 것같다』며 안타까워하기도.
슬롯머신업소로부터 뇌물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인청세무서 부가세과는 지난해 8월18일자로 3개계 직원 23명 전원이 새로 부임해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소환될 사람은 한명도 없다며다소 안도하는 표정이나 일부 직원들은 부가세과와 슬롯머신업소와의 유착관계에 대한 검찰 수사과정에서 혹시 엉뚱한 건(件)으로불똥이 튀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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