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준 갖고 온 서류 진짜냐 가짜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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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경준씨 수사에서 문서 감정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김씨가 가족들을 통해 자신의 변호인에게 무게가 10㎏이 넘는 서류를 국제우편으로 보냈기 때문이다. 김씨는 "자신이 운영한 BBK투자자문의 실제 주인은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라며 "이를 입증할 자료가 있다"고 자신해 왔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이들 자료가 김씨와 이 후보의 관련성을 증명하는 단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료가 진짜라면 이 후보의 지금까지 주장이 거짓이 되고, 가짜라면 이 후보는 이 사건과 무관함이 증명된다. 따라서 의혹의 근거로 제시된 이들 문서의 진위를 따져보는 것은 수사의 가장 핵심이다.

문서 감정 업무는 대검찰청 과학수사과에 소속된 문서감정실이 주로 맡게 될 전망이다. 문서감정실엔 서류 위조와 서명 조작을 판별해 내는 전문 수사관 5명이 포진해 있다. 김씨와 이 후보가 함께 사업을 하거나 결별하는 과정에서 작성된 각종 계약서의 조작 여부, 서명과 인장의 위조 등이 감정 대상이다. 그러나 감정 결과가 특별수사팀의 수사 속도에 맞춰 나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수사팀은 25일 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대선 일정상 24일까지는 잠정적인 수사 결과라도 내놓아야 한다. 불과 5일밖에 남지 않았다.

대검 과학수사과 관계자는 "사안에 따라 빨리 결론을 내기도 하지만 통상 20일을 시한으로 감정 업무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또 검찰의 감정 업무는 원본을 감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사본이나 팩스로 전달된 문건의 경우 진위를 판단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이번 수사가 2002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병역비리 의혹 수사 때와 비슷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당시 검찰은 검증 논란이 일었던 병적기록표와 녹음 테이프의 조작 여부를 밝히느라 전문 감정기관에 문서와 도장 및 성문 감정 등을 수차례에 걸쳐 실시했다. 병적 등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관계 기관에 100여 차례 넘는 조회가 필요했다. 이 때문에 수사 착수에서 수사 결과를 발표할 때까지 두 달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한나라당은 김씨가 제출한 자료에 대해 "완전한 날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김씨가 법인설립인가서 19건, 여권 7장, 미국 운전면허증 2장을 위조했다는 전력을 부각시키고 있다.

2002년 이른바 '병풍(兵風)'사건 수사에 참여했던 검찰 관계자는 "누가 보더라도 명백한 필적이나 육성 녹음 같은 증거를 들이밀지 않는 한 대선 후보 등록일 전에 진위를 가려내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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