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광장>서산 海美읍성 秋色완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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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가을걷이로 부산한 때다.들녘에 나가보면 누런 벼이삭이 출렁거리는 한 켠에는 짚단이 늘어서 있다.
수확이 끝난 자리는 보는 이에 따라 각기 다른 상념에 젖게 한다.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의미있는 곳」들 가운데 가을 풍광을 만끽할 수 있는 곳으로 서울에서 비교적 가까운 충남서산 해미읍성을 권할만 하다.
해미는 조선시대 병영이 있던 곳.성종 22년(1491년) 완성됐다는 성곽과 문루가 거의 원형 그대로 남아있다.
해미읍성은 평야지대에 축성한 것이 특징.성곽 둘레는 1.8㎞,높이는 5m.담장 아래로 무성한 담쟁이 덩굴이 예스러운 맛을더한다.문루에 올라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남문에들어서면 한쪽에 늘어선 탱자나무가 눈길을 끈다.
성 외곽으로 못을 판 대신 탱자나무로 에워싸 탱자나무성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해미읍성은 천주교 순교의 현장이다.
신자들을 매달아 고문했다는 성내의 호야나무와 옥터등이 참혹한역사의 편린을 엿보게 한다.당시 사형장이던 서문앞에는 사형대로사용되던 자리개돌이 덩그렇게 놓여 있어 보는 이들의 가슴을 저미게 한다.
자리개돌 옆에는 「이름없는 순교자들의 영광을 위하여」라고 새겨진 순교현양비가 서있어 많은 것을 생각케 해준다.
해미읍성은 당시 호서좌영(湖西左營)으로 현감이 병무행정권(죄수처형권)까지 행사해 수많은 순교자를 냈다.주말이면 성지 순례자들을 비롯, 전국에서 1천5백여명의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성지관리소 0455(688)1121,해미읍성 관리소 0455(688)4668.
인근 가야산 아래에는 천주교 박해의 빌미를 준 남연군(대원군아버지)의 묘가 자리잡고 있다.
대원군이 대망을 품고 이장한 남연군 묘가 독일상인 오페르트 일행에 의해 파헤처져 교인들에 대한 박해를 낳았다.
해미읍성은 경부고속도로 천안 인터체인지에서 들어가는 게 편리하다.천안에서 45번 국도를 타고 서쪽으로 곧장 가면 예산을 거쳐 해미읍성에 이른다.
가야산을 사이에 두고 해미읍성에서 30여㎞ 떨어진 45번 국도변에 윤봉길(尹奉吉)의사 사당이 자리해 함께 둘러볼 수 있다. 도로 양옆으로 기념관과 생가등이 들어서 있어 25세의 젊은나이로 순국한 윤의사의 생애와 독립정신을 돌아볼 수 있다.자녀들의 역사 교육장으로 잘 가꾸어져 있다.
부근에는 또 조선조때 학이 날아와 물로 상처를 치료했다고 전해지는 덕산 온천과 주변 경치가 빼어난 비구니의 수도도량 수덕사가 있다.
덕산 온천수는 무색투명하고 나트륨.칼슘등의 성분이 많이 함유돼 있어 조선조 말부터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초막을 치고 물을마시거나 목욕을 해 피부병.신경통.위장병등을 치료했다고 전해진다.가야관광호텔 0458○370101,덕산온천장 0458○373535.
[瑞山=千昌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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