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 미래에셋 따라하기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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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증권가에 ‘미래에셋 따라하기’ 현상이 깊어지고 있다. 개인투자자는 물론 펀드매니저들도 ‘미래가 뭘 샀을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장에서 미래에셋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전체 주식형펀드 수탁액 중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32%에 육박한다.

◆“따라하면 돈 법니다”=증권 전문 사이트나 일반 인터넷 포털 재테크 사이트에는 최근 ‘미래에셋 따라하기’류의 글이 수시로 올라온다. ‘미래에셋이 5% 이상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들의 정보를 알려드립니다(네이버)’ ‘실패를 줄이는 전략-미래에셋 따라하기(다음)’ ‘미래에셋이 꾸준히 순매수하는 종목 리스트(팍스넷)’ 같은 글이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장 중에 ‘미래에셋이 ○○주식을 샀다’는 메신저가 펀드매니저나 애널리스트들 사이에 공공연하게 돌아다닌다”고 말했다. 그는 “자금 흐름이 미래에 집중되다 보니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미래 따라하기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고 덧붙였다.

◆“미래 운용 전략을 봐라”=과연 미래에셋을 따라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미래에셋의 시장점유율과 펀드수익률이 워낙 뛰어난 만큼 미래의 운용 전략을 실시간으로 알 수만 있다면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정보의 신빙성이다. 합법적으로 미래에셋의 운용 전략을 볼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5% 이상 지분을 매입했을 때 1개월 안에 금융감독원에 내야 하는 공시와 3개월마다 한 번씩 발행되는 운용보고서가 그것이다. 다른 것은 진위가 확인되지 않는 소문 수준이다.

그러나 하나대투증권의 양경식 투자전략팀장은 “3개월이 지난 운용보고서를 보고 따라 할 경우 시차가 생겨 뒷북 투자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에셋이 특정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하는 초반에는 효과를 볼 가능성이 크지만 이후에는 수익률을 보장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다른 견해도 있다. 또 다른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올해 초 미래에셋이 샀던 중국 수혜주와 증권주는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 들어서도 시장을 주도해 왔다”며 “중장기 투자를 생각한다면 미래 따라하기는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고 전했다.

◆“보고서만 보고 단기 매매는 금물”=하지만 루머나 작전 수준의 정보를 믿고 주식을 사거나 공시 또는 운용보고서를 보고 단기 매매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신영증권의 이승우 선임연구원은 “소문만 듣고 투자하기에는 위험이 너무 커 차라리 수수료를 내더라도 미래에셋의 펀드에 가입하는 게 남는 장사”라고 말했다.

미래에셋 따라하기는 미래로서도 부담스럽다.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은 최근 “지분이 5%가 넘었을 때 공시 정보를 1개월마다 공개해야 하는 것 때문에 운용 정보가 다 드러난다”며 “공시 기한을 최소한 3개월 이상으로 미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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