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김태술 “서울 내줄 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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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우상이었죠.”-김태술(23·SK)

 “농구 교과서 같은 후배죠.”-이상민(35·삼성)

10일 첫 맞대결에서 SK 김태술(左)이 삼성 이상민을 피해 드리블하고 있다. 올 시즌 김태술은 평균 11.4 득점, 9.7 어시스트, 2.9 리바운드를, 이상민은 16.1 득점, 6.9 어시스트, 4.7 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뉴시스]

열두 살 차이 띠동갑에 연세대 12년 선후배 사이, 그리고 죽어도 질 수 없는 서울 라이벌팀의 야전사령관으로 만난 두 선수는 서로를 이렇게 평했다.

 10일 인터뷰를 위해 함께 만나기 전까지 두 선수는 대화를 해 본 적이 없다. 김태술은 “대표팀에서 한두 경기를 같이한 적은 있지만 ‘어디 꼬맹이가’라고 생각할까 봐 말도 걸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상민도 “어린 후배지만 워낙 차이가 많이 나니까 같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없었다”고 했다.

 이상민은 남성적인 농구를 한다. 빠르고 선이 굵다. 코트를 한칼에 자르는 패스가 특기다. 김태술은 “많이 움직이지 않는 것 같아도 꼭 필요한 순간에 정확하고, 받는 사람이 편한 패스를 찔러 준다”며 “나는 볼을 좀 끄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김태술은 이상민보다는 여성적이다. 공이 손에 붙어 있는 것처럼 현란하고 우아한 드리블에 눈이 번쩍 뜨이는 패스를 한다. 이상민보다 강동희에 더 가깝다.

이상민은 김태술에 대해 “가드로서 갖춰야 할 건 다 갖췄다”고 말했다. 시야·패스·속공·돌파와 외곽 슛 모두 A학점이라는 것이다.

 이상민은 12년 후배의 기술보다는 당찬 모습이 보기 좋다고 했다.

 “당당한 게 장점이다. 아주 중요하다. 시작하는 단계니까 이런 당당함이 큰 무기가 될 것이다.”

 이날 처음 맞대결을 펼친 두 선수는 서로를 응원하는 팬들 속에서 혈전을 치렀고, SK가 90-79로 이겼다. 최근 전성기보다 더 뛰어난 활약을 하고 있는 이상민은 변함없이 뛰어났지만 삼성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경기 중 김태술은 이상민의 슛을 블록하다 파울이 선언되자 캥거루처럼 코트를 껑충껑충 뛰며 억울해했고, 이상민은 그림자처럼 쫓아다니는 김태술을 거칠게 밀어내기도 했다.

 이날 기록은 김태술이 13득점, 11어시스트로 15득점, 6어시스트의 이상민보다 조금 나았다.

그러나 김태술은 “경기를 해 보니 역시 상민 형이 한 수 위”라고 단언했다. “나보다 상민 형이 월등히 앞선다고 생각해 강하게 붙으려고 했는데 상민 형은 노련하게 피해 다니면서 할 건 다 하더라. 괜히 최고 가드라는 소리를 듣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또 “‘패스가 사람보다 빠르다’는 말을 상민 형과 경기하면서 다시 한 번 실감했다”고도 했다.

 라이벌이지만 한국 농구의 보석이 될 후배를 위해 이상민은 조언도 했다.

 “급하지 않게 했으면 좋겠다. 강하면 부러지기 십상이다. 한 단계씩 올라 서야 한다. 포인트 가드니까 자신보다 팀을 위한 선수가 되어야 한다. 최고라는 소리가 나쁘진 않지만 자신을 그렇게 생각해선 안 된다. 동료를 최고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가드다. 가드에 따라 선수들은 능력을 50% 발휘할 수도, 100% 발휘할 수도 있다.”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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