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경쟁사회 낙오자에 대안마련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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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최근 우리나라는 전국이 그야말로 들끓고 있다.우리의 상식을 처절하게 짓밟은 극한적 패륜범죄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젠 그나마 남은 우리의 상상의 범위를 초월한 연이은 연쇄납치살인사건들로 인해 온 국민은 충격과 분노에 몸서리치 고 있다.그리고 불안해 하고 있다.우리의 사회.경제적 발전 속에서 우리의규범과 윤리도 같이 발전해왔을 것이라는 무의식적인 막연한 기대가 있었기 때문인지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게 더욱 소스라치며 놀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사회는 지난 30여년간에 걸쳐 대단한 사회적 격변을 겪어오고 있다.우리가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경제발전을 위시해 우리의 사고방식이나 가치관.라이프스타일등 가시적으로 쉽게 확인하기 어려운 분야에 이르기까지 실로 엄청난 변 동을 겪어오고 있는 것이다.
이러는 사이에 우리의 범죄발생 상황은 어떤 변화를 보이고 있는가.무엇보다 우선 폭력성 범죄의 양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흔히 강력범죄라고 부르는 범죄의 발생건수는 60년대 중반 4만9천55건에서 92년에는 3.6배가 증가한 17만 5천7백32건이 발생했다.또한 이 중에서도 생명.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가하는 흉악범죄인 살인.강도.강간.방화 등의 4대 주요 강력범죄만을 보더라도 60년대 후반 3천건대에서 70년대 후반 5천건대를 넘어서더니 80년대에 계속 증가해 8천여건대에서 9천건대를 넘어섰으며,89년과 90년에는 각각 1만건대와 1만1천건대를 기록했고 최근 2,3년에도 9천6백건대를 유지했다.
이를 주요 선진산업국가들과 비교해 보면 우리의 경우 물론 절대적인 발생건수나 범죄율(인구 10만명당 발생건수)면에선 그들에 비해 현저히 낮다.그러나 이를 재산범죄의 발생과 관련지어 볼때 이들 국가에서는 재산범죄 對 폭력성범죄 발생 비율이 9대1 정도 되는데 비해 우리는 이러한 비율이 상당히 낮아 그나마최근에 1대1 정도의 비율을 보일 정도로 폭력성범죄의 발생비율이 상대적으로 대단히 높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사회에는 우리 자신도 모르게 폭력이 대단히 가까운 주변에 와있는 것 같다.더 나아가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갈등해결의 제일 우선적인 수단으로 우리 삶의 일부로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같아 더욱 안타깝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러한 대형사건들에 놀라고 격분하고만 있을 것인가.이제는 차분히 앉아서,그렇다면 우리가 무엇을 해야만 하고 또 할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그리곤 무엇인가를 하루빨리 해나가야 한다.이를 위해선 우선 우리사회에 만연된 폭력화 성향을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총체적인 접근방식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그리고 이는 거대하고 복잡해져가기만 하는 사회 속에서 쇠퇴해가는 공동체 의식의 회복에 무엇보다도 주된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노력에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치열한 경쟁과 목표성취 과정에서의 낙오자.실패자등에게 대안적인 방안을제시하고 이들을 포용하려는 사회적 인식의 대전환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그리고 이에는 너나 나의 예외가 있 어서는 더욱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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