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가경쟁력 개념 설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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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지금 美國에서는「국가경쟁력은 공허한 개념인가」 아니면「한 국가가 전력투구해야 할 실체인가」를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있다.특히 이같은 논쟁은 최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소(IMD)와 세계경제포럼이 합동으로 국가경쟁력 순위를 발표한 이후 증폭되고 있다.
미국의 국가경쟁력 논란에 불씨를 지피고 있는 경제학자는 바로폴 크루그먼 스탠퍼드大 교수(MIT에서 최근 이전).그는 로라타이슨 대통령 경제자문위의장등이 주창하고 있는 국가경쟁력이란 개념이 생산성의「시적(詩的)표현」에 불과하며 이론으로 정립되지않은 다소 근거없는 가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그는 국가경제를 하나의 기업과 동일시해 국가간의 경제관계에 있어 경쟁력을 앞세워 기업간 경쟁상태처럼 몰아가는 것은 국가간 무역전쟁으로 이어져 위험하다고 경고 한다.
관리무역을 배경으로 한 클린턴 美정부의 무역정책이 국가경쟁력이라는 잘못된 관념에 입각하고 있다고 정면 부인하고 있는 셈.
한편 그는 몇년전부터 유럽을 강타하고 있는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럽의 노동시장을 경직적으로 만드는 최저임금제나 사회보장제도 등을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유럽연합의 지도자들도 국가경쟁력이라는 잘못된 관념에 빠져들지 않도록 권하고 있다. 이같은 크루그먼의 주장에 대해 클린턴 정부의 고위층을 형성하고 있는 국가경쟁력 옹호론자들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제전쟁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가경쟁력에 입각한 경제정책을펴나가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또 레지널드 데일같은 경제학자는 최근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최근 미국의 국가경쟁력이 다른 국가를앞서나가고 있다는 美상무부의 발표는 근거있는 것이라고 국가경쟁력을 옹호하고 나섰다.
그는 美상무부 관리의 말을 인용,자동차.반도체.기계장비부문에서 미국의 경쟁력이 극적으로 회복됐다고 말하고 이런 산업들의 경쟁력이 회복된 것은 외국경쟁사에 비해 경쟁력이 약화된다고 판단한 이들 산업이 감량경영과 기업구조개편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한 결과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를 방증(傍證),스위스 IMD보고서는 미국이 8년만에 일본을 제치고 국가경쟁력1위를 탈환했다고 진단한 바 있다.
또 최근 발표된 美상무부의「美경쟁력 평가보고서」에서도 미국이서비스.첨단기술분야에서 세계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었다.
그러나 크루그먼 교수는 최근 IMD연구결과나 상무부 보고대로미국의 국가경쟁력이 세계 제일이라면 자유무역을 강화하는 것이 국부(國富)를 늘리는 길일텐데 어째서 관리무역이나 보호무역조치가 필요하냐고 반문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美日포괄경제협상이다.이 경제협상에서 미국은 국가경쟁력이라는 근거없는 개념에 입각,일본과 불필요한 승강이를 벌이고 있다.이런 갈등은 지난해말 타결된 우루과이라운드(UR)다자간 협상의 틀을 흔들리게 한다.이에따라 크루그 먼 교수는 미국이 즉각 UR협상안을 비준,세계무역을 국가간 경쟁이 아닌 다자간 협상의 틀안에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UR협상의 비준에 대해서는 국가경쟁력을 옹호하는 경제전문가들도 대부분 동의,갈등은 적은 편이다.
〈金 炯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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