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새 종법사 선출의미-교단 첫 세대교체 개혁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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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원불교 제11대 종법사(宗法師)로 이광정(李廣淨.58)법사가선출된 것은 교단 사상 최초의 세대교체란 의미와 함께 시대 변화에 맞춘 개혁을 예고하는 것이다.최고 지도자 선출과 관련해 교단 분열로까지 이어지곤 했던 국내 종교계의 현 실에서 평화적종권 이양의 아름다운 전례를 세웠다는 점에서 원불교의 이번 새종법사 선출은 큰 의의가 있다.
원불교는 소태산 박중빈대종사(少太山 朴重彬大宗師)의 창교 이래 그의 직접 지도를 받은 제자들이 80년동안 법통을 이어왔다.이번 선거를 통해 최고 지도자 자리가 새로운 세대에게 넘어감으로써 광범한 후속인사와 아울러 개혁작업이 불가피 하다는 것이교단 안팎의 관측이다.지난 1916년 소태산대종사가 오랜 구도행각 끝에 스스로 대각을 이루어 창교한 원불교는 43년 대종사열반 이후 수제자인 정산 송규종사(鼎山 宋奎宗師)가 그 뒤를 이었고 송규종사가 열반한 62년에는 역시 소태산의 직접 지도를받은 대산 김대거(大山 金大擧)종법사가 법통을 잇는등 창교세대에 의한 교단 지도가 지속돼 왔다.그러나 교세가 확장되고 시대가 변하면서 교단내에서는 교구자치제,교단행정 책임자인 교정원장의 직선등 교단운영의 민주화와 개혁,제2세대로의 종법사 교체를요구하는 목소리들이 점차 커져왔었다.이에 따라 오는 11월부터교구자치제가 실시되게 됐으며 이광정법사의 종법사 선출도 교도들의 이같은 열망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소태산 당대 제자가 아니고 정규 교육과정을 거친 신학문 세대인 좌산 이광정종법사의 선출은 앞으로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추어 원불교 발전을 위해 더욱 열심히 일할수 있는 인물들의대거 등장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교단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제2세대 종법사의 등장은 지난 26일 실시된 교단 최고 의사결정기관인 수위단회 구성을 위한 정수위단원 선거에서 이미 예고된 바 있다.중앙교의회 중앙위원(35명)과 현역 4급이상 교역자(1천1백18명)등 교단운영의 핵심을 이루고 있 는 선거인단은 이날 정수위단원(남녀 각9명)으로 비교적 개혁적 성향을 가진 인물들을 선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4명의 기존 정수위단원은 과거보다 젊고 또 교단을 위해 활동할수 있는 인물에게 자리를 내주기 위해 중임(重任)을 고사했 다.
이번에 선출된 정수위단원들은 교구장과 행정실무를 맡고 있는 인물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으며 60대 중반에 이르던 평균 연령도 59.6세로 한결 낮아졌다.『이번 정수위단원 선거 결과의 특징은 교화현장에서 활동하는 비교적 젊은 인물들이 많이 진출했다는 점이다.원로 위주 혹은 정신적인 면을 중시하던 분위기가 바뀌어 사회변화에 따라 원불교의 발전에 기여할수 있는 비교적 젊은 인물을 선호하는 경향을 반영,앞으로 교무들의 역할에 대한기대가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 다』는게 원불교 관계자들의말이다. 이번 종법사 선거는 88년 임기 6년의 제10대 종법사로 취임,교헌상 한번 더 중임할 수도 있는 대산 종법사가 종단 수뇌부의 간곡한 만류에도 불구하고「생전에 원만한 종권교체」를 이루기 위해 고령과 건강등을 이유로 사퇴한데 따른 것 이다.그 때문에 원불교 사상 최초의 상사(上師)가 탄생되는 것과 함께 대사식(戴謝式)도 치러진다.생전에 퇴임하는 종법사에게 그명칭이 부여되는 상사는 종법사에 준하는 예우를 받게 되는데 대사식은 새로운 종법사의 취임을 축하하고 퇴임 을 사례하는 의례.그동안 원불교 최고 지도자는 모두 전임자가 열반한 이후 선출되는 바람에 취임식만 가져왔다.이는 국내 종교계가 종권다툼.총회장 선거등의 후유증으로 분열되는 모습을 보여온 현실과 크게 대조되는 귀중한 교훈을 보여준 사 례라 할 것이다.
원불교의 세대교체를 이룬 이광정종법사에게는 교구자치제의 실시,교화활동의 활성화,교정원장 직선제 문제등 원기 1백년대를 향한 미래지향적 교단운영을 위한 개혁과 민주화라는 시대적 요청을교단의 총체적 의사를 모아 어떻게 성공적으로 추 진해 나갈 것인지가 과제로 부여되고 있다.
〈金龍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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