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中.대만대표단 한랭전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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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리덩후이(李登輝)대만총통의 방일문제로 촉발된 중국과 대만의 감정다툼이 아시아인의 하모니를 대회슬로건으로 내건 제12회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 뜻하지않은 한랭전선을 형성한채 좀처럼 풀릴기미를 보이지않고 있다.
28일 오후 이곳 新히로시마공항에 40분 간격으로 도착할 예정으로 수속과정에서 기대됐던 중국과 대만선수단 본진의 조우는 전날 밤 갑작스레 바뀐 일정탓에 무산되고 말았다.
당초 일정에 따르면 중국선수단 본진2진 1백15명은 중화항공편으로 오후 2시50분에,또 대만선수단 본진 3백22명은 중화항공공사편을 이용해 3시30분에 도착하게돼 있었다.
협소한 공항사정으로 볼때 양안(兩岸)대표단의 만남은 불가피,이곳 취재단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것은 당연지사다.
하지만 이같은 일정은 27일 오후10시쯤 HAGOC(히로시마아시안게임조직위)관계자의 이렇다할 설명도 없이 느닷없이 바뀌었다.중국선수단이 느지막한 오후5시5분에 도착한다는 것이다.
대만선수단과의 조우를 꺼린 중국이 도착시간을 늦췄거나,껄끄러운 만남의 시간을 피해주기 위한 HAGOC의 친절(?)한 안배탓 아니겠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갖는다.
오는 1일로 예정된 2002년 아시안게임 유치활동을 위한 대만 쉬리더(徐立德)행정부원장의 방일에 대한 중국측의 강한 불쾌감 표시는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다.
중국 리톄잉(李鐵映)국무위원이 방일계획을 취소,공식적인 中-日 고위당국자교류를 동결한데 이어 히로시마와 자매결연한 중국 최고령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의 고향인 四川省 성장(省長)역시당초 계획을 바꿔 일본방문을 포기했다.
이같은 무거운 분위기는 프레스센터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32명의 기자단을 파견한 중국관영 新華社통신의 취재단장은 원래 편집부국장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 또한 오지않아 이 역시불쾌감 표시의 하나가 아니냐는 분석을 낳고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어색한 해후를 지켜보면서 한국기자들 대다수는 부러운 생각을 지울수 없다.
마치 지난 70년대초 남북한의 첨예한 대립을 연상시키는 이같은 중국과 대만선수단의 미묘한 신경전은 일단 대회가 시작돼 서로 몸과 몸이 부딪치다 보면 이내 개선될 여지가 크다.
그러나 분단 반세기를 맞아가는 남쪽의 한국선수단과 취재단등은서로 도와주고 또 때로는 투정어린 다툼도 벌일 반쪽의 상대를 이곳 히로시마에서 아예 찾아볼 수 없는 탓이다.
[히로시마=劉尙哲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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