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의실종 하루 100명꼴-경찰수배 5일지나면 종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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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존파 일당의「살인공장」범행이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있는 가운데 가출 또는 행방불명으로 처리된 실종자가 연간 2만명을 넘고 이중 일부는 이번 사건에서처럼 범죄에 희생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경찰 자체분석이 나와 그동안 사회의 관심밖에 방치되어온 실종자 문제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5일 경찰청에 따르면 행방불명 또는 가출자로 경찰에 신고됐다가 끝까지 소재가 확인되지않아 수배된 인원이 하루 평균 1백~1백20여명으로 올 상반기만 1만4천8백90명에 이르고 80년 이후 지금까지 숫자를 합하면 자그마치 40여만 명을 넘는다. 경찰은 이중 다수는 자의로 집을 떠나 소재를 숨기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으나 2%정도인 연간 5백~6백여명은 교통사고.
강도.납치.인신매매.교통사고후 유기등 범죄의 대상이 된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그러나 경찰의 실종자에 대한 처리는 내무부 예규인「미아및 가출인 수배요강」에 따라 신고일로부터 5일동안 전국에 실종자 수배지시를 내리고 이 기간중 소재가 파악되지 않으면미해결 사건으로 처리,더이상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40여만건에 이르는 실종사건중 범죄집단에 의한 납치 또는 유인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하고 있는 사건은 91년 3월 실종된 대구의 개구리소년 5명과 92년 8월 송파구 문정동 훼미리아파트에서 실종된 지한별양(당시 12 세)사건등 단 2건에 불과하다.
이같은 정부의 무대책에 자구책을 강구하기 위해 91년 결성된「전국실종자가족협의회」(회장 柳貞淑.46.여)에는 현재 3백50여명이 가입하고 있으며 이들은 실종된 자신의 가족들이「범죄집단에 의해 납치 살해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경찰의 수사를 요청하지만 경찰은 인력부족과 확실한 범증이 없다는등의 이유로 수사를 하지않고 있다.
협의회회장 柳씨의 경우 83년 9월28일 남동생인 재영(在榮.당시 전남대물리학과4년)씨가 학교 오전수업을 마치고 오후부터행적이 묘연해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으나 경찰은 ▲실종자가 자의적 판단을 할수있는 성인이고▲범죄집단에 의해 납 치되거나 살해될 이유가 없다는등의 이유로 실종자 친구들을 상대로한 탐문수사만을 한뒤 사건을 가출로 종결처리했다.
지난해 1월 울산에서 실종된 보경건설대표 조종찬(趙鍾贊.당시35세)씨도 경찰은 채무관계에서 빚어진 단순실종으로 보고 초동수사를 소홀히 했었으나 趙씨가 실종 1백4일만에 범죄집단에의해살해돼 암매장된채 발견되자 부근 조직폭력배들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하는 법석을 떨었다.
지존파 일당에게 처음으로 살해돼 암매장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진 최미자(崔美子.21.여)씨는 지금까지 경찰에 실종신고조차 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柳회장은『경찰의 수사인력에 한계가 있어 모든 실종사건에 대해철저한 수사를 할수 없겠지만 가출이 아닌 실종사건에 대해서는 최소한 초동수사라도 확실하게 벌이는 대책이 마련되어야 지존파같은 살인집단에 의한 무고한 시민의 희생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실종신고의 대부분이 허위신고 또는 자의에 의한 가출이 많고▲하루평균 1백건이 넘는 실종신고를 모두 수사할수 있는 인력이 없으며▲현행「미아및 가출인수배요강」에 따라 명확한 범행증거가 없는한 모든 실종자에 대한 수사는 어 렵다는입장을 밝히고있다.
〈崔熒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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