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괴물’김광현, 주니치도 눕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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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한국시리즈 4차전을 보는 것 같았다. SK의 19세 투수 김광현이 일본챔피언 주니치의 타자를 맞아 역투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일본시리즈 최우수선수(MVP)를 병살타로 잡아낸 19세 신인 김광현의 패기. 상대 내야진의 빈틈을 노려 홈까지 파고든 정근우의 과감함. 그리고 왼손 투수 기용에 맞서 기다렸다는 듯 왼손 전문 대타 이재원 카드를 꺼낸 김성근 감독의 노회함까지-.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SK의 조직야구가 ‘스몰 볼’의 본고장인 일본 프로야구의 벽을 넘었다. 한국 챔피언 SK 와이번스는 8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제3회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에서 일본 챔피언 주니치 드래건스를 6-3으로 꺾었다. 한국·일본·대만의 프로야구 챔피언과 중국 대표팀이 참가하는 코나미컵에서 한국팀이 일본팀을 꺾은 것은 처음이다. 앞선 두 차례 대회에는 모두 삼성이 출전해 첫해 지바 마린스에 2패, 이듬해 일본햄 파이터스에 한 차례 패했다.

SK 왼손 선발 김광현은 1회 선두 아라키에게 2루타를 맞았고, 폭투와 볼넷으로 1사 1, 3루의 위기를 자초했다. 다음 4번 타자는 일본시리즈 MVP 나카무라. 올해 정규시즌 홈런 20개, 통산 홈런 339개의 베테랑 나카무라를 상대로 김광현은 풀 카운트 승부에서 과감하게 변화구를 던져 유격수 앞 병살타를 유도했다. 첫 고비를 넘긴 김광현은 2회와 3회 각각 삼진 두 개를 포함해 삼자범퇴로 안정을 되찾았다. 김광현은 6-0으로 앞선 7회 2사 1루에서 왼손 엄지 물집 때문에 교체되기까지 상대 타선을 3안타로 완벽히 틀어 막아 귀중한 첫 승의 주인공이 됐다.

김광현은 “이런 큰 대회에서 던질 기회를 주신 감독님께 감사한다. 초반에 힘이 너무 들어가 실투가 많았는데 주니치 타자들이 컨디션이 나빴던 것이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SK는 4회 김재현의 2루타와 상대 1루수 실책으로 선취점을 올리는 행운을 잡았다. 6회 무사 1루에서는 김재현의 적시 2루타와 이진영의 내야 안타로 2점을 보태 3-0으로 달아났다.

SK의 조직력과 짜임새가 빛난 것은 7회였다. 2사 후 정근우가 2루타로 출루하자 주니치 오치아이 감독은 좌타자 조동화를 막기 위해 왼손 투수 다카하시를 올렸다. 김성근 감독은 왼손투수 전문인 이재원을 대타로 냈다. 이재원은 8구째까지 가는 접전 끝에 내야안타를 만들었다. 김 감독의 승리였다. 정근우는 이때 3루수의 1루 송구가 불안한 틈을 타 홈까지 쇄도했다.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6회 홈스틸을 노리던 바로 그 모습이었다. 흐름은 한순간에 SK로 기울었고, 이호준의 적시타 등으로 2점을 더 보태 6-0을 만들었다. 주니치의 5번 타자 겸 우익수로 나선 이병규는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SK는 9일 낮 12시30분 중국 대표팀과 2차전을 한다. 중국은 8일 대만 챔피언 퉁이 라이언스에 5-9로 역전패했다.

도쿄=김종문 기자

“열흘 전 김광현에 선발 통보”

 ▶SK 김성근 감독=김광현이 7회까지 호투한 덕분에 이겼다. 1회 병살타를 잡아내며 고비를 잘 넘겼다. 본인에겐 지난달 29일 선발이라고 말해 줬는데 기다리는 기간이 너무 길어 걱정했다. 일본에서 일본팀을 이긴 건 큰 의미가 있다. 아시아 4개국의 챔피언이 나오는 대회여서 한국시리즈보다 더 책임감을 느꼈다. 한국 야구 전체로 볼 때 붐을 만드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주니치 오치아이 감독=투수들이 평소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 패인이다. 김광현은 19세라고 들었는데 굉장히 잘 던졌다. 훌륭한 투수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나머지 경기에서 이기는 것은 벤치의 책임이다. 일부 선수를 바꾸는 등 대비책을 마련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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