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반대 농민 격렬 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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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국회의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과 이라크 파병안 통과를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9일 서울 여의도에서 밤 늦도록 격렬하게 벌어졌다.

전국농민연대 소속 회원 등 1만2천여명(주최 측 주장 2만여명)은 이날 오후 1시30분쯤 서울 여의도 문화광장에서 '한.칠레 FTA 국회 비준 저지 전국 농민대회'을 열고 ▶협상 즉각 중단▶국회 비준 반대 등을 요구했다.

집회를 마친 참석자들은 이날 오후 4시20분쯤 국회의사당 쪽으로 진출하던 중 이를 저지하는 경찰과 충돌,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농민들은 경찰을 향해 빈병과 돌을 던지고, 시위대를 가로막은 경찰 버스들을 밀어 넘어뜨리려다 경찰의 물대포 세례를 받고 물러나는 등 심야까지 공방을 벌였다.

일부 농민은 인근 지하철 공사 현장에 있던 컨테이너 가건물과 시위 진압차량을 불태우고 쇠파이프와 삽 등을 경찰에게 휘둘렀다. 경찰도 강경진압에 나서 현장에서 시위대 수십여명을 연행했다.

이 과정에서 주변에 주차된 차량 30여대가 파손됐고 일부 차량은 불에 완전히 탔다.

앞서 열린 집회에서 농민들은 "처음부터 잘못된 협정으로 변변한 대책조차 없이 농민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굴욕적인 FTA 지원대책은 결코 인정할 수 없다"며 "비준안에 찬성 의사를 밝힌 의원들을 상대로 한 낙선운동과 함께 노무현 정부에 대한 국민적 심판을 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3백여대의 관광버스에 나눠 타고 상경한 농민들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반대''한.칠레 FTA 비준 저지해 식량주권 사수하자' 등의 내용이 적힌 플래카드와 대형 애드벌룬을 곳곳에 내걸었다.

이날 오전 여의도에서 파병 반대 집회를 연 파병 반대 국민행동 소속 1천여명도 오후 4시쯤 집회를 마치고 농민대회에 가세했다.

경찰은 87개 중대 9천여명의 병력을 집회 장소 주변에 배치하는 한편 경찰 버스 1백여대로 여의도 일대 주요 도로를 차단, 시위대와 대치했다.

이철재.임장혁.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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