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낭패기>사이판 옵션투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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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최근들어 한국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는 사이판은 가족 또는 신혼여행지로 각광받는 남태평양의 아름다운 섬 휴양지다.남국의 파라다이스로 불리는 사이판은 어디서나 수상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해양레포츠의 천국이기도 하다.불과 2~3년 전까 지 일본 관광객에게 쏠렸던 시선이 한국 관광객에게 쏠리는 것을 보니 우리의국력이 커졌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그러나 이러한 사실들이마냥 기뻐할 만한 것은 못되는 듯하다.양질의 서비스보다는 바가지 상혼이 판치기 때문이다.
미스터 M은 회사 동료와 함께 사이판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 잘 아는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을 이용했다.그는 남국의 아름다운 모습을 머리에 그리며 사이판에 관한 정보를 꼼꼼히 체크하고,여행사의 일정표를 일일이 보면서 완벽한 준비 를 했다.또옵션투어를 포함해 현지에서 쓸 얼마간의 경비도 준비했다.사이판에 도착한 미스터 M과 동료들은 맑고 투명한 바다와 아름다운 비치 사이로 늘어진 야자수 등 이국적인 분위기에 흠뻑 매료됐다.첫째날은 시내관광으로 줄곧 바쁜 일 정을 보내고 이튿날 옵션투어가 진행됐다.여행사에서 일률적으로 만든 옵션투어는 선택의 폭이 적었다.즉 2~3가지의 해양스포츠를 묶어서 즐기는 것이다. 미스터 M과 동료들은 제트스키.바나나 보트.패러세일 등 3가지를 하기로 하고 1백달러(약8만원)를 지불했다.서울에서 들었던 요금보다 2배 이상이나 비싼 금액이었다.미스터 M은 생각지도 못한 지출에 짜증이 났지만 그렇다고 호텔방에 쳐박혀 있을수도 없어 팁 몇푼을 남기고 다 주었다.
그런데 기가 막힐 일은 1백달러의 거금(?)에도 불구하고 즐기는 시간은 고작 30분이었다.화가 난 미스터 M은 현지 가이드에게 항의했지만 가이드는『우리는 가이드만 할 뿐이다.옵션투어의 요금은 현지인들이 정하고 우리는 거기에 따를 뿐』이라며 나몰라라 하는 태도였다.미스터 M은 결국 주위의 눈도 있고 해서분을 삭히며 남은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지만 재미있어야 할 해외여행이 현지 가이드의 강매식 선택관광 때문에 불쾌한 여행이 돼버리고 말았다.
金延貞〈여행칼럼니스 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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