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해부 新개발지] 2. 오송·오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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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동쪽으로 차로 20~30분 거리에 경부.중부고속도로와 청주공항을 끼고 있는 충북 청원군 일대. 논.밭이 대부분인 조용한 시골마을이 신행정수도 이전 후보지와 고속철도 중간역이란 '쌍끌이'호재로 들썩인다. 개발 기대에 부푼 외지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땅값이 지난 한해 서너 배 이상 뛰었다. 면사무소 소재지의 3~4층짜리 상가 건물 1층을 도배하다시피한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땅투기에 대한 관심을 방증한다.

◆잇단 개발 호재=청원군 일대가 뜨기 시작한 것은 정부가 지난해 오송에 경부고속철도 중간역을 설치키로 하면서다. 고속철이 정차하면 유동 인구가 크게 늘고, 지역 개발이 수반된다. 이에 충청북도는 오송 역세권 개발에 시동을 걸었다. 도 관계자는 "7월께 용역 업체를 선정해 구체적인 부지 선정과 타당성 검토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기대감은 이곳 부동산 시장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청원군 현지에서 만난 한 주민은 "오송 중간역사 신설이 신행정수도 이전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며 "투자에 둔감한 현지인보다 외지인들이 더 설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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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도시민들도 농지취득자격원만 떼다 주면 살 수 있는 3백평 미만의 소규모 농지는 거의 동이 났다. 지금 나오는 농지는 6백~1천평으로 규모가 크다.

토지공사가 조성 중인 오송.오창과학산업단지도 일대 지도를 바꾸고 있다. 오창과학산업단지는 LG화학.녹십자.생명공학연구소 등 1백7개 업체 및 연구기관과 단독주택.아파트 등 1만2천여가구가 들어선다. 지난달 첫 분양한 대우 이안(8백18가구)은 3순위에서 평균 4대 1로 마감됐다. 다음달에는 쌍용건설.신동아건설 등 5개사가 5천5백여가구를 동시분양한다.

오송역 바로 앞의 오송생명과학단지도 오송역세권 개발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낼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과 국립보건원.국립독성연구원 등이 2006년 하반기 입주키로 확정됐다. 토지공사 김재목 사업단장은 "두 산업단지 개발로 청원군 일대 총 6만8천여명의 인구 유입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자연히 투기 바람도 거세다. 원주민에게 분양도 안 된 오송단지의 단독택지 딱지가 1억2천만~1억3천만원의 웃돈이 붙어 불법 거래된다. 오창단지에 올 초 분양한 대우 이안 아파트 분양권은 전매가 금지되는데도 4백만~5백만원의 웃돈이 붙은 채 팔린다.

◆신행정수도 이전이 관건=일부 전문가는 청원군의 경우 교통 인프라(경부.중부고속도로, 고속철도, 충북선, 청주국제공항 등)가 잘 발달해 있고, 금강의 지류인 미호천이 흘러 용수 공급에도 문제가 없다는 점 등을 이유로 이전 가능성을 비교적 크게 점친다.

반면 신행정수도연구단이 최근 '수도권 분산 효과를 위해 서울의 통근.통학권은 제외해야 한다'고 밝히는 등 불리한 조건도 있다.

만약 신행정수도 유치에 실패하면 고속철 중간역사로 확정된 오송 일대를 제외하곤 별 재미를 못 볼 전망이다.

특히 현재 거래되는 상당수의 농지는 건축 규제가 까다로운 농업진흥지역이다. 행정수도가 물건너가면 일부 지역은 개발이 안 돼 장기간 돈이 묶이고, 값이 곤두박질할 수 있다.

자신이 투자한 땅이 개발 부지로 편입돼도 골치다. 행정수도는 토지 보상 시점이 올 1월 1일 공시지가 기준이어서 최근 산 사람은 손해가 불가피하다. 행정수도 주변 지역(예정지에서 반경 4~5km)도 최장 12년간 건축허가가 제한된다. 오송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투자자 중에는 나중에 자기 땅이 수용될까봐 걱정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며 "윤곽도 드러나지 않은 개발 계획 때문에 위험천만한 투자를 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땅값도 단기간에 너무 많이 올라 투자수익률을 보장하지 못한다.

오송.오창산업단지는 최소한 수용될 염려는 없다는 게 장점이다. 토지공사의 계획대로 기업이나 학교 유치에 성공할 경우 임대 수입 등 짭짤한 투자 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공단 내 기업이 입주한다 해도 우수한 학교와 기반시설을 갖추지 못하면 인구 유입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청원=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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