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 … 끝없는 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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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상주 감재배 농민들이 둥시를 깎아 길게 줄에 매달아 말리는 등 곶감 만들기에 바쁘다. [상주시 제공]

요즘 상주와 청도에 가면 감 천지다. 농가마다 깎아 곶감을 만들거나 깎은 감을 4조각으로 쪼개 감말랭이 등을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다. 감은 이들 지역의 대표적인 특산품이다. 그러나 같은 감이지만 모양이나 가는 길은 너무 다르다. 둥글고 납작하고, 씨가 있고 없고…. 이름도 상주에선 둥글둥글해 둥시, 청도에선 납작해 반시(盤枾)로 불린다.

모양과 특징이 다른 만큼 가공 방향도 딴판이다. 상주는 대부분 곶감을 만들고, 청도는 홍시·감말랭이·반건시(곶감과 홍시의 중간)·아이스홍시 등 다양하게 가공한다.

최근 상주시는 곶감 발효유와 음식 개발, 고급 곶감 수출, 브랜드 개발을 추진한다. 이에 비해 청도는 새 가공 기술 보급과 감초콜릿, 감 화장품, 감물 염색제품 생산 같은 ‘감 가공품 명품화’에 나서고 있다. 감 테마공원과 전시체험장 같은 관광시설도 앞다퉈 조성한다. 감 산업이 끝 모르게 진화하고 있다.

◆고급 곶감 첫 수출=상주시 시장개척단은 국내에 밀려드는 중국 곶감에 맞서 고급 곶감을 중국에 수출키로 하고 5일 200박스(5000만 원 상당)를 첫 선적했다. 상하이 최대의 한국 식품 매장인 ‘글로리아 할인몰’에서 판매를 시작한 것이다. 시는 미국·일본 수출 길도 뚫고 있다.

시는 또 다른 곶감과의 차별화를 위해 상주 것이 아닌데도 포장지에 상주곶감이란 용어를 쓰면 형사 고발해 처벌할 수 있게 산림청에 ‘지리적 표시’ 등록을 마쳤다.

청도 감재배 농가에선 반시를 깎아 4조각으로 쪼개 말리는 감말랭이 만들기가 한창이다.[청도군 제공]

지역에서 100여 개나 사용 중인 곶감 브랜드는 고급 ‘천년고수’와 일반 ‘조을시구’로 이원화해 올해부터 출하키로 하고 서울 등지서 홍보하고 있다.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곶감의 등급을 매기는 선별장도 2010년까지 건립할 계획이다.

또 지난해 숙명여대 산업협력단에 의뢰해 곶감 발효우유를 개발해 대기업과 대량 생산을 협의 중이다. 곶감박물관과 쇼핑몰을 갖춘 곶감 홈페이지도 만들어 다음달 공개한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는 외남면 소은리 일대 10㎡에 100억 원을 들여 2011년까지 곶감 테마공원을 만든다. 이곳엔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곶감’ 동화길과 담력코스, 만화·애니메이션 동산, 둥시 탐방로, 곶감 체험장 등을 만든다.

◆반시는 말랭이로=청도군은 지난해 감의 떫은 맛을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해 본격 보급하고 있다. 감을 깎아 짧은 기간에 말리더라도 떫은 맛을 없애 단맛을 높이고 색깔을 좋게 해 감말랭이와 반건시의 상품성을 높이는 기술이다.

청도군은 농가에 감 깎는 기계와 건조기·저장시설 설치비를 수백만~1억 원씩 지원하고 있다. 즙이 많은 반시의 홍수 출하에 따른 가격 폭락을 막기 위해 가공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반시는 연간 2만6000t이 생산되지만 이 중 21%(2006년 기준)만 가공된다.

또 농민들에게 매주 목요일 4시간씩 10개월 간 감 재배·가공을 가르치는 아카데미를 열고 있다. 이미 80명이 졸업했고 40명이 교육 받고 있다.

가공품 중 감 와인은 5일 미국 뉴욕 매리어트 마르퀴스 호텔에서 한국의 문화관광을 알리는 국제행사에서 건배주로 채택돼 세계화 대열에 뛰어들었다.

군은 반시 화장품과 초콜릿·감식초 업체엔 연구개발비 등을 지원 중이다. 이 중 ㈜바이오젠코스텍은 감 성분을 추출하는 특허를 얻어 이 추출물로 스킨로션·영양크림 등 화장품 9종을 만들어 국내에 판매하고 있다. 대구 동주실업은 감말랭이에 초콜릿을 입히고, 청도 감초롱상사는 감 분말을 초콜릿에 버무린 반시 초콜릿을 만들어 수능시험일 전후 본격 판매에 나선다. 매전면 지전리 옛 중남초교는 다음달 반시 전시·체험장으로 문을 연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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