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오늘 '대선 3수'선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2002년 16대 대선에서 노무현 민주당 후보에게 패배한 이회창 후보가 선거 다음날인 12월 20일 기자회견에서 "저는 정치를 떠나려고 하며 깨끗이 물러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다. 그는 7일 오후 2시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을 발표한다. 이 전 총재의 측근인 이흥주 특보는 6일 "이 전 총재가 '장고를 거듭해서 결론을 정리했다'고 말한 뒤 기자회견 준비를 지시했다"며 "(발표 내용은) 정치 일선에 다시 서는 큰 결단으로 생각된다"고 전했다.

이 전 총재의 회견 장소는 그간 사용해 오던 서울 남대문 단암빌딩 사무실로 정해졌다. 그는 회견 직후 국립현충원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 전 총재는 회견 준비만 지시하고 이날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닷새째 은신이다. 서빙고동 집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다음은 이채관 수행부장과 일문일답.

-이 전 총재는 어디에 있나.

"서울에서 (자동차로) 두세 시간 걸리는 곳이다. 누가 찾아가려도 갈 수 없는 천혜의 요새다. 휴대전화도 안 된다."

-누구와 있나.

"부인 한인옥씨, 가사 도우미와 있다. 암자나 사찰은 아니고 방이 둘뿐인 주택이다."

-이 전 총재의 상태는.

"집을 나선 이틀 동안은 고민이 너무 많아 잠을 설치더라. 원고도 그제 밤이나 어제부터 시작했다. 원고는 전체적으로 15분 정도 분량이다."

-탈당계는 냈나.

"냈는지 모르겠다. 출마 선언 한다면 탈당과 같이 되지 않겠나."

-차는 뭐 타고 다니나?

"2001년 차량이다. 앞으로 승합차를 구입하는 게 좋겠다는 말도 있다.(출마하면) 버스를 많이 사용할 것이다."

-경호는 어떻게 하나.

"옛날에 모셨던 분들이 있다. 그렇게 해서 경호 팀을 꾸려야죠."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6일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 회의실에서 열린 ‘한나라당 양성평등 실천 다짐 한마당’에 참석해 ‘OX 퀴즈’ 풀이를 하는 과정에서 X표를 들고 있다. [사진=오종택 기자]

그의 은신처와 관련,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이 전 총재가 자신의 정치 생명이 걸린 정계 복귀 성명서를 과연 혼자서 쓰고 있겠느냐"며 "이흥주 특보와는 긴밀하게 연락이 되는 점 등으로 미루어 서울 또는 서울과 매우 가까운 곳에서 치밀한 출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장 큰 관심은 이 전 총재의 성명서에 담길 내용이다. 그가 닷새 동안 잠을 설쳐 가며 고민한 부분은 앞으로 그의 멍에가 될 '정계 은퇴 선언 번복'과 '한나라당의 분열 책임론'을 어떻게 피해 가느냐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출마 선언 직후 역풍을 맞아 20% 안팎의 지지율이 급락하면 3위로 내려앉게 되고 그럴 경우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보수층으로부터 '역사의 죄인'으로 공격당하게 될 것이라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음은 이흥주 특보와의 일문일답.

-대국민 성명의 내용은.

"정책적인 내용은 담기지 않을 거다. 가슴에 묻었던 얘기와 자신이 처한 상황 등을 말하게 될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의 지원이 중요하지 않나.

"실질적으로 중요하다. 박 전 대표에 대한 부분은 한나라당을 자극할 수 있어 성명에 담길지는 미지수다."

이 전 총재의 다른 측근은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에 대한 언급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총재 출마에 대해 이명박 후보 측은 총공세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웠다. 특히 이 전 총재가 성명에서 주장할 '대선 출마의 명분'을 집중 공격한다는 계획이다. 박형준 대변인은 "두 번이나 당원들의 눈에서 피눈물이 나게 한 장본인이 정권 교체를 앞두고 경선 불복보다 더한 배신 행위를 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동시에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획기적인 화해와 포용안을 제시하는 방안을 이 후보가 직접 천명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호.이종찬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