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린북스>"덕없는 근심"프랑수아즈 사강著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부유하고 감상적이면서 사회생활에서 별로 성공하지도 못했고 담배와 암으로 시달리는 중년의 남자가 생의 덧없음을 느끼면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소설은 이같은 비관적인 배경을 밑에 깔고 주인공 남자가 자살을 결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주인공은 약혼녀도 있고 정부(情婦)와 밀애를 즐기기도 했으며이상과 현실사이에서 타협할 줄도 아는 산전수전 다 겪은 길거리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보통남자다.
그는 죽음에 앞서 과거와 현재를 되돌아본뒤 그동안 쌓인 오해를 풀기위해 정부와 약혼녀를 찾아나선다.
다른 여자들처럼 자기도취에 빠져 사는 情婦가 있는 반면 자신을 위해서라면 내일부터라도 당장 희생할 수 있는 약혼녀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리곤 왜 인생은 잘못된 행로에 빠져들며,왜 진실로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가등 지나온 삶을 반추해본다는 단순한 줄거리다.
사강은 그러나 자살이나 알콜중독자로 막을 내리는 다른 작가들과 달리 자살을 포기하고 새로운 삶을 찾아나서는 것으로 에필로그를 내린다.
삶의 아름다운 면만을 강조한 나머지 주인공의 비극적인 결말을의도적으로 피했다는 비판이 있지만 40년전『슬픔이여 안녕』의 브람스를 좋아하는 10대 소녀보다는 어둡고 섬세하면서 중후한 수채화를 그려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이 작품에서 정신의 내면세계를 섬세하게 분석하면서 일상의혼란과 따분함을 조화시키는 사강의 독특한 필치가 돋보였다는 평가다. 원제 Un chagrin de passage.플롱刊.2백30쪽.1백19프랑.
[파리=高大勳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