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멀린 미국 합참의장 방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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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조선조 말 신미양요 때 미국 해군에 뺏긴 ‘어재연 장군기’가 136년 만에 국내에 돌아오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 마이클 멀린(61·해군대장·사진) 미 합참의장이 5일 방한했다. 6일과 7일 서울 국방부에서 각각 열리는 한미군사위원회의(MCM)과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그는 지난달 1일 합참의장이 됐다.

 멀린 의장은 이날 북한의 장사정포에 대응하는 대화력전 수행 핵심부대인 육군 제3군사령부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등을 돌아봤다. 멀린 의장은 “어재연 장군기가 한국에 돌아온 데 대해 한국 국민들이 의미있게 생각한다니 매우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어재연 장군기는 1871년 6월11일 신미양요 때 강화도 광성진을 공격한 미 해군 로저스 제독에게 뺏겼다. 이후 장군기는 미 해사 박물관 한 귀퉁이에 다른 문화재와 함께 쌓여있었다.

 장군기에 대한 관심은 1995년 포항 한동대 토머스 듀버네이(47) 교수가 신미양요를 연구하면서 살아났다. 듀버네이 교수는 99년 미 해사 박물관을 찾았지만 장군기를 한국으로 가져오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 올 3월 미 상원의원 웨인 앨러드 의원이 68년 북한에 나포된 푸에블로함 송환을 위한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장군기를 한국에 반환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6월4일 미국을 방문한 송영무 해군참모총장이 멀린 당시 해군참모총장을 만나 “한국의 역사적인 유물인 장군기의 반환이 곤란하면 장기 대여가 어떻겠는냐”고 제안했다. 멀린은 “사관학교 간 교류 차원에서 검토해보겠다”고 답변했다. 그가 미 해사에 장군기 대여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후 장군기의 귀환이 급물살을 탔고 마침내 10년 장기 대여 방식으로 지난달 22일 귀환했다.

 로스앤젤레스 출신인 멀린 의장은 68년 미 해사를 졸업, 소위에 임관한 뒤 미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 함장과 대서양 2함대사령관을 거쳐 2005년 5월 미 해군참모총장이 됐다. 그는 지난해 1월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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