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남는 예산 192억 나눠먹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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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국내 최대 규모의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인건비로 책정한 예산 중 남은 돈을 시간외 근무수당 명목으로 사원들에게 나눠 주는 등 방만한 경영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 등 11개 자회사 운영 실태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이런 사실을 찾아냈다고 5일 발표했다.

감사 결과 한전은 2004년과 2005년 인건비 예산 192억원이 남자 이를 전 직원 2만여 명에게 모두 나눠 줬다. 회계장부에는 시간외 근무수당으로 지급한 것으로 돼 있지만 실제로 추가근무를 한 직원들에게는 별도로 매달 수당이 지급됐다. 규정대로라면 이 돈은 불용예산으로 처리돼야 한다. 감사원은 "한전은 회사로 들어가야 할 돈을 시간외 근무도 하지 않은 직원들에게 1인당 평균 96만원씩 나눠 줬다"고 설명했다.

한전과 자회사들은 2000년 초 연차휴가 6일분을 기본급에 포함시켜 기준임금화 해놓고서도 6일치 연차휴가비를 미사용 보상금 명목으로 또다시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회사는 이런 방법으로 2005년과 지난해 3만2000여 명의 직원들에게 198억여원과 209억여원을 각각 나눠줬다. 1인당 평균 120만원꼴이다.

한전과 자회사들은 주택자금 대부 과정에서도 적잖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주택자금 대부는 직원들의 주택 구입이나 전세자금으로 1인당 3000만~5000만원씩 저리로 빌려 주는 제도다. 그런데 주택자금을 빌려 쓴 직원 중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직원이 673명이나 됐다. 주택 구입이나 임차 외의 목적으로 사용한 직원도 720명이나 되는 것으로 감사 결과 밝혀졌다. 이들이 빌려쓴 돈은 65억6516만원에 달했다.

한전이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출연하면서 정부투자기관 예산편성지침을 따르지 않고 2004년 112억원, 지난해 266억원을 과다 출연한 사실도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날 한전과 자회사들에 잘못 대출된 주택자금을 전액 회수하도록 하고, 시간외 근무수당과 연차휴가비 부당 지급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를 촉구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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