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칼럼>山川漁와 산신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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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고기를 낚으러 산으로 가자고 노래를 부르는 여든이 가까워 오는 할아버지가 계신다.왜 그 할아버지는 고기를 낚으러 산으로 가자는 것일까.
백두대간의 태백산맥 동쪽 깊은 골짜기의 계류와 하천에는 일본인들이 한 마리만 낚아도 좋아서 죽고 못사는 한국 특산 어종이살고 있다.1960년대 말에서 70년대 초까지 일본인들이 이 고기를 낚으러 많이 왔다.이름하여 산천어〈사진〉 라 한다.
원래는 태백산맥의 동편에만 있던 물고기이고 서편에는 없던 물고기였다.그러던 것이 故 육영수여사가 강원도 인제군 상남면의 내린천 상류에 육봉형의 치어를 방류하여 지금은 태맥산맥의 서편에서도 서식한다.
우리는 여기에서 잠시 생각해 볼 것이 있다.「산천어」란 산천계곡과 하천에 서식하고 있는 모든 물고기들을 통칭하는 일반명사다.그런데 우리는 왜 그 특수 어종에 하필이면 산천어라는 고유명사를 붙여 주었는가.
거기에는 이유가 있다.일본에서는 이 물고기를 산천에 사는 여인처럼 예쁘다고 해서「야마메(산녀)」라 부른다.우리나라 어류학자들이 이 고기에 일본처럼「산녀」라는 이름을 붙이기 거북했던지「산」자는 그대로 두고「녀」자를「천」자로 바꿔「산 천어」라는 고유명사를 붙여 준 것이다.강원도 사람들은 이 고기가 작은 송어와 같이 생겼대서「송애」라 부르기도 하고 곤들메기와 송어의 중간 형태와 같다하여「곤들송어」라는 토속어로 부르고 있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의 낚시인들과 어류학자들은 보통명사와 고유명사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부끄러운 사람들인 셈이다.
경기도 성남에 사는 임호연옹은 춘하추동 이 고기만 낚으러 다니는 분이다.해방 전에는 항일운동을 하여 독립유공자 대열에 서계시고 또 한 때는 명문장을 발표하는 언론인이었고 지금은 낚싯대를 메고 태백산과 오대산 속을 휘휘 돌아 넘나드 는 산신령이돼 오래 전부터 낚시와 관련한 동양화를 그리며 여생을 즐기신다. 이 물고기는 신경이 아주 예민한 물고기로 알려져 있다.가을철 산천 경계 좋은 바위 틈에 몸을 숨기고 흐르는 청류속에 살포시 낚시대를 드리웠다가 투두둑!앙칼진 입질이 오면 씨알 좋고손맛 좋은 한 마리를 낚을수 있을 것이다.10㎝ 이하는 법으로낚을 수 없게 돼있다.
〈낚시전문가회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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