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PEOPLE] “IT·리더십·영어는 미래 육군 이끌 인재에게 꼭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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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사관학교(육사)가 지난주 교육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현재 68만 명 체제의 군을 50만 명의 첨단 정보과학군으로 바꾸는 ‘국방개혁 2020’에 맞춰 IT·리더십·영어에 비중을 둔 것이 핵심이다. 전공과정도 문·이과 24개를 14개로 줄이면서 해외 파병에 대비한 지역연구 과정 등을 신설했다. 새 교과과정을 이수하는 생도들이 국방개혁 작업이 끝나는 2020년에 우리 군의 중추가 되는 것을 감안한 개편이다. 1946년 육사 개교 이래 이만한 변화는 없었다. 군 구조 및 안보환경의 변화에 발맞춘 장교 양성 기관의 혁신은 국방개혁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임충빈 육사 교장(중장·29기·사진)을 만나 새 교육제도와 그 배경을 들어보았다.

-교과과정 개편 배경부터 듣고 싶다.

“군 구조는 앞으로 크게 바뀐다. 현재의 국방개혁이 끝나는 2020년에는 병력이 68만 명에서 50만 명으로 줄게 된다. 그중에서도 육군은 약 37만 명으로 된다. 국방개혁 2020은 사실상 육군 부대구조를 바꾸는 것과 같다. 과거에는 부대구조가 크게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시대의 변화 등에 따라 교과과정을 바꿨다. 그러나 국방개혁 2020이 완성됐을 때 우리 군의 모습은 뿌리째 바뀐다. 생도들에게 현재 교육하는 내용이 그 시대에 맞는 것이냐의 차원에서 접근을 하다 보니 교과과정을 대폭 손질하게 됐다. 현재의 생도들은 단기적으로 국방개혁의 주체이며, 장기적으로는 국방개혁 완성 이후 육군을 이끌어 나갈 인재들이다. 지식정보화 시대에 부합하는 최고의 대학교육을 실시하기 위해서도 교과과정 개편은 필요하다. ”

-육사의 교육과정은 일반인들에게 생소하다. 이번에 어떻게 바뀌었고 그 특징은 무엇인가.

“육사는 일반 대학과 동등한 학위 교육을 시키는 동시에 군사학도 가르친다. 이중 학위를 준다. 교육 과정은 과거에는 교양 필수(71학점)와 전공과정(36학점)의 구조였다. 생도들은 전공과목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똑같은 교육을 받고 졸업했다. 교육의 동질성이 강조됐다. 이번 개편을 통해 교양 필수를 핵심과정(30학점)-기초학문과정(27학점)-계열선택과정(12학점)으로 세분화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미래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특성화가 불가결하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핵심과정을 IT·과학적 방법론·리더십·영어의 4개 과정 11개 과목으로 편성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의 위상이나 국력에 비춰 앞으로 우리 군은 해외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 국지적 분쟁은 더 많아지는 추세다. 연합작전이나 해외 파병을 위해서는 세계공통어인 영어를 반드시 구사해야 한다. IT는 첨단 미래전을 위해, 리더십은 미래 군의 효율적 지휘를 위해 체득해야 할 것들이다.

전공은 지금까지 24개(문과 14, 이과 10개)였으나 14개(문과 6개, 이과 8개)로 줄었다. 가장 큰 특징은 지역연구 과정과 무기시스템공학 과정 신설이다. 해외 파병과 무기체계 수출 등에 대비해야 한다.”

-군사학 과정도 많이 바뀌었나.

“역시 미래 전쟁에서 요구되는 과목들로 바뀌었다. 군사변혁, 군 환경관리, 핵·레이저 광학 등이 그것이다. 이것 외에 생도들은 하기 군사훈련을 매년 6주씩 받아왔다. 이번에 4학년의 경우 이를 3주 더 늘리고 훈련과목도 졸업 후의 초등군사과정(OBC)과 연계시켰다. 체육도 스포츠 중심의 기능 교육에서 체력단련 중심으로 바꿨다.”

-새 교과과정은 언제부터 시행되는가.

“내년에 입학하는 1학년 생도부터다. 현재의 생도들에게는 부분적으로 적용된다.”

-그동안 어떤 과정을 거쳤나.

“육사에서 자체적으로 교과과정 개편을 검토하던 중에 육군본부가 부대구조 개편과 연계, 2월에 태스크 포스를 구성해 연구를 시작했다. 육사가 아니라 육군본부 차원에서 했다. 육사 교수, 육군본부 장성과 실무자 등으로 구성된 태스크 포스는 7개월 동안 70여 명의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했고, 교육 및 군 관련 기관을 대상으로 25차례에 걸쳐 의견을 수렴했다.”

-기대 효과는.

“새 교과과정을 마친 생도들은 지금 이라크에서 싸우고 있는 미군 장교 이상의 능력과 소양을 갖춰서 나갈 수 있다고 본다. 미래전에 대비한 기본 소양을 충분히 갖출 수 있다고 믿는다. 과거에는 육사에서 배운 것과 임관해서 배우는 것이 따로따로였다. 이제는 물꼬를 터서 연계시켰다. 육사를 졸업한 뒤 임관하고 나서 초급교육을 받으면 일등 소대장은 물론 국방개혁 2020을 이끌어갈 수 있는 훌륭한 장교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물론 새 교과과정은 초급장교 양성이 아니라 중견간부로서의 소양과 지적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육사만 새 교과과정을 시행하면 다른 장교 양성 기관과 큰 차이가 날 수 있지 않겠나.

“육군에서는 육사를 모델로 타 교육기관의 교육제도 개편도 검토하고 있다. 교육사령부 예하의 각 병과학교도 대대적인 개편을 추진 중이다. 육군이 국방개혁에 따라 가장 많이 바뀌기 때문일 것이다.”

-정예 장교로서의 자질 함양을 위해 통합 훈육체계를 시행 중이라고 하는데.

“통합 훈육체계는 학교장이나 교수뿐만 아니라 육사에서 근무하는 모든 사람들이 생도에게 본이 돼서 훈육자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식당 조리사가 단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생도에게는 훈육이 된다.”

오영환 기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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