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상대 명예훼손소송 이긴 수하르토 "배상금 620억원 빈민에 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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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 시사주간지 타임을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승소한 수하르토(사진)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1억600만 달러의 배상금 가운데 세금을 뺀 6900만 달러(620억원)를 빈민층을 위해 내놓겠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현지 주간지 가트라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AP.AFP통신과 BBC방송 인터넷판이 1일 보도했다. 수하르토 전 대통령은 또 "비판자들의 주장은 거짓말"이라며 "나는 축재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타임은 1999년 5월 아시아판 커버 스토리로 수하르토와 그 가족이 그의 집권 기간 중 730억 달러를 부정 축재해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로 빼돌렸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또 수하르토가 97년 아시아의 금융위기 때 대부분의 돈을 날렸지만 그의 가족은 99년 당시 150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었다고 폭로했다.

이에 수하르토 전 대통령은 타임을 상대로 270억 달러의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 2000년 자카르타 지방법원과 2001년 고등법원에서 잇따라 패소했다. 그러나 올해 9월 인도네시아 대법원은 타임에 1억600만 달러의 배상금을 물어주라는 판결을 내렸다.

승소한 수하르토 전 대통령은 최근 현지 주간지 가트라와 인터뷰를 갖고 1억600만 달러의 배상금 중 세금 35%를 뺀 6900만 달러를 빈민들에게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98년 권좌에서 물러난 뒤 처음 가진 이 인터뷰에서 수하르토는 "진실은 내가 결코 부정 축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타임 측은 여전히 기사 내용이 사실에 기초한 것이라며 법원 판결에 반발하고 있다.

한편 수하르토 전 대통령을 상대로 한 형사소송은 그가 86세의 고령인 데다 재판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병이 위중하다는 변호인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지난해 중단됐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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