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치문바둑칼럼>컴퓨터바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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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58년전 일본의 대신 고야마 이치로와 독일의 수학자 듀발박사가「전보바둑」을 뒀다.
이것이 바둑과 과학의 첫번째 만남으로 기록돼 있다.70년대엔「전화바둑」이 새 이벤트로 등장하여 徐奉洙-趙治勳의 국제전화대국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3년전엔 韓國PC통신이 컴퓨터와 인공위성을 통한 韓日간의 국제화상대국을 최초로 열었다.이제는 전국 10여만명의 동호인들이컴퓨터단말기를 가지고 서로 바둑을 두고 대회도 열고 있다.
바둑과 컴퓨터.이 둘의 만남은 마치 타임머신의 세계처럼 어색하고 신기했지만 곧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과연 무적의 컴퓨터는 바둑에서 인간을 이길 수 있을까.
이 연구는 70년대초 미국의 UCLA대학에서 시작됐다.10년전 대만의 應昌期바둑기금은 세계컴퓨터바둑대회를 개최했는데 우승상금말고도 별도의 파격적인 상금이 걸려 이목을 끌었다.
우승한 컴퓨터프로그램이 주최측이 지정한「인간」을 이길 경우 4천만대만달러(약11억원)를 준다는 것이었다.
서구에는 이미 많은 컴퓨터프로그램이 보급돼 시장쟁탈전을 벌이고 있었다.폴란드의 크라체크 6단이 만든「폴란드의 별」,미국 윌콕스 5단의「니메시스」,네덜란드의「골리앗」등이 대표적인 상품이었는데 아쉽게도 대부분 9~10급 수준에 멈췄다 .
지난해 우승을 차지한 대만 陳志行의 핸드 토크(手談)도 8급을 넘지 못한다.하지만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미국의 데이 포틀랜드가 만든「Many Face of Go」는 세계4위 실력에도 불구하고 보급기능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미국의 컴퓨터바둑시장에서 10억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렸다.바둑과 컴퓨터의 만남이 바둑에 새로운 시장을 열어준 것이다.
국내에서도 이 부문에 맹렬히 도전하는 인물이 있다.바로 (주)다위컴손의 사장 林承燦씨(33)인데 그의 프로그램 사손바둑(SASON GO)은 지난해 (주)상운이 주최하는 국내컴퓨터바둑대회에서 우승했고 이후 1년간 무수한 보완을 거쳐 올해 11 월 열릴 제10회 세계컴퓨터바둑대회에서 우승을 장담하고 있다.
林씨의 목표는 「5급」이다.5급의 실력으로 세계를 제패하고 아울러 세계컴퓨터바둑시장을 석권한다는 야심을 갖고있다.
3년전부터 박사학위소유자 네명등이 개발에 열을 올려 현재 투자한 자본만도 3억여원.
『바둑은 엄청난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마케팅에서 실패해 왔습니다.저는 이 사업에 1백% 승산이 있다고 확신합니다.』 동양의예지와 姜太公의 마음을 숭상해온 바둑계의 고수들은 컴퓨터의 도전에 피식 웃고있다.李昌鎬보다 센사람이 컴퓨터 9단 실력까지 갖추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게 가능하냐고 반문한다.
林씨도 『바로 그점 때문에 5급이 한계』라고 말한다.
그러나 인공지능쪽이 진보하면 사태는 변할 수 있다.지금의 프로그램들은 대국중 상대가 엉뚱한 곳,가령 死線이나 敗亡線에 두어올 경우 역시 엉뚱한 반응을 일으키고 만다.빈삼각이 나쁘다고가르쳐야 하는데 좋은 경우도 있으니 그 예를 다 들 수 없다.
결국 컴퓨터가 스스로 생각하는 지능을 갖추기 전엔 應씨의 4천만대만달러는 그림의 떡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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