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판매왕?…고객 입소문에 달렸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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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분당 궁내동 가구거리에 한성자동차 전시장이 문을 열었다. 총 건평 1320㎡ 규모의 2층짜리 건물과 차량 20여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시설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외양보다 돋보이는 건 판매 수치다. 오픈한지 3일만에 14대의 계약을 성사, 동종 업계의 부러운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다. 이곳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박원권(43·사진) 지점장을 만났다.

“어릴 때부터 자동차를 무척 좋아했어요. 운전면허를 고3 여름방학 때 취득했죠.”
박 지점장은 옅은 미소를 띠며 자동차 예찬의 실타래를 풀어나갔다. 학창시절, 시골 집에 있는 미니 트럭을 부모 몰래 몰고 다녔을 정도로 마냥 차에 끌렸다는 것.
“군대도 수송부 출신이에요. 당시만 해도 면허 있는 사람들이 드문데다가 3년 이상의 경력자는 저밖에 없더라고요.” 그는 3년간의 병영생활을 사단장 운전병으로 보냈다.
제대하자마자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89년 대우자동차 영업사원으로 입사하면서 ‘필생의 업’인 딜러의 길로 접어 들었다. 그후 현대자동차를 거쳐 96년에는 한성자동차와 인연을 맺었다.
“자동차 딜러라면 누구나 벤츠를 꿈꾼다고 봐야죠. 저는 꿈이 이루어져서 행복합니다.”

꿈☆은 이루어진다. 하지만 저절로 오지는 않는다. 그에게도 햇병아리 시절이 있었다. 고객에게 어떻게 다가설 지 당최 앞이 캄캄하기만 했다. 무작정 건물에 들어가 명함을 돌리려다 잡상인처럼 면박 당하고 쫓겨나기도 했다. 이때마다 그는 자기최면을 걸었다. ‘실패는 있어도 포기는 없다.’
“주기적으로 하다 보니 어느새 사람들과 말을 주고 받게 되더라고요. 가끔은 물도 얻어 마셨어요.” 고객 접근법을 조금씩 터득해 나가면서 일에 재미와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마음 먹은 건 꼭 하고 마는 성격입니다. 이왕 시작했으면 1등을 해야죠.” 부드러운 인상 속에 비수 같은 신념이 번뜩이는 듯하다.

실제로 박 지점장은 한성자동차의 ‘전설적인 판매왕’이다. 2001년 85대를 팔아 연간 판매 최고기록을 세우더니, 불과 1년 만에 108대를 판매해 자신의 종전 기록을 가뿐히 뛰어넘었다. 특히 2002년 8월에 달성한 한달 27대 판매기록은 지금까지 깨지지않고 있다.
“특별한 비법이요? 고객관리가 제일이죠. 제 첫 고객을 포함한 초창기 고객들과 지금까지도 연락하며 지냅니다.” 그는 특히 “고객들의 경조사는 꼭 챙긴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인간적 관계를 맺은 고객들의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고객도 적지 않다는 얘기도 곁들였다.

운전 자체를 즐기는 천성도 한몫 했다. “지방 고객을 만날 때면 자진해서 달려갔습니다. 드라이브도 즐기고 고객 유치도 하고 일석이조잖아요.”
영업 팀장으로 승진한 지 4년 만에 그는 분당 지역 전시장과 서비스센터까지 총괄하는 책임자가 됐다. 거느리고 있는 딜러가 18명. 그가 후배들에게 늘 첫 인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 말을 잘하기보다 고객의 말에 귀기울일 줄 아는 사람이 될 것을 주문했다.

“자기 부모에게 차를 판다는 생각으로 고객을 대하면 됩니다. 당연히 적절한 차종은 물론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게 되지요.” 고객과의 소통을 인간적으로 풀어가라는 조언이다.
이러한 인간관계는 직원들에 대해서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아침에 눈을 뜨면 출근하고 싶은 우리 회사.’ 사무실 한 쪽 벽면에 붙은 글귀가 박 지점장의 속내를 웅변하고 있다.
분당 전시장을 전국 최고의 벤츠 매장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박 지점장. 이 가을, 그 꿈이 따뜻한 인간미와 더불어 탐스럽게 영글어가고 있었다.

프리미엄 김혜영 기자 hyeyeong@joongang.co.kr
사진=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choi31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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