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번 결혼식..""그린파파야향기"아트필름 흥행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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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이번 여름 극장가는 흥행면에서 외화가 한국영화를 압도하는 가운데 예술영화나 특이한 소재의 외화에도 관객이 적지않게 몰리는경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 여름 영화 흥행성적 잠정집계를 보면 액션물『스피드』(20세기폭스)가 93만명,만화영화『라이언 킹』(월트디즈니)이 90만명을 각각 동원하고 있고 서부극인『메버릭』(워너브러더스)이 29만3천명을 기록했다.
『라이언 킹』은 서울에서만 80만명 동원으로 지난해『알라딘』의 70만명 기록을 이미 깼다.8월13일 개봉한 아널드 슈워즈네거 주연『트루 라이즈』(UIP)는 2주만에 서울에서만 50만명,전국적으로 1백15만명을 동원해 이번 여름 최 고흥행작으로서의 위치를 굳혔다.
직배사 대작 외화들의 이같은 흥행성적과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이전에는 아예 흥행이 안됐던 예술영화와 소형 영화사들의 독특한소재 영화에도 관객들이 꽤 몰려 이채로운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영국 하이코미디물인『네번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하명중 영화제작소 수입)은 최근까지 17만명의 관객이 다녀갔다.같은 회사에서 수입한 베트남 출신 프랑스감독 트란 안 홍의 예술영화『그린 파파야향기』는 서울개봉관 좌석수가 6백80석 에 불과한데도 한달새 6만관객을 동원했다.키에슬로브스키감독의 예술영화『화이트』(세림영화수입)도 7만관객이 찾았다.
이런 유의 예술영화나 유럽영화는 지금까지 기껏 2만~3만명 동원이 고작이었던 실정에 비춰보면 큰 변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0일 개봉한 이색코미디물『마스크』(이우영상 수입)는 1주일새 5만명이 들었고 같은날 시작한 잔혹영화『홀로코스트』(인창영화 수입)도 4만명 가까운 관객이 찾아 소재만 특이하면 관객을 동원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예술영화나 외국코미디물,특이소재 영화가 이같이 정착되는 분위기를 보이는데 대해 전문가들은『관객들의 구미가 다양해지고 고급영화를 일부러 골라보는 경향의 젊은 관객층이 많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있다.
소재만 좋고 재미있는 내용이라면 스타들이 대거 나오는 직배사의 대작영화가 아니라도 선호하며,대중적 재미는 적어도 작품성만뛰어나다면 굳이 찾아보는 고급관객층의 저변이 넓어졌다는 것이다.아울러 일반관객들도 자신의 취향에 맞는 영화나 보다 다양하고독특한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경향을 띠는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이같은 관객들의 변화에 맞춰 충무로 영화사들은 개성있는신예감독의 작품이나 지금까지 외면했던 예술영화 감독들의 작품을일부러 찾아다니는 추세도 보이고 있다.최근 한 영화사가 구두계약해 둔 외국예술영화에 대해 다른 영화사가 배가 넘 는 금액을제시하면서 배급선을 돌리도록 요구하는 바람에 수입가가 올라버린부작용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한편 충무로 주변에서는「젊은 여성」이나「지성관객」등으로 주고객층을 분명히 정한 다음 이에 맞춰 집중광고를 하고 번역도 다시 손을 보는 등의 영화마케팅 능력이 강화된 덕분에 영화들이 성공했다고 보는 눈도 있다.
〈蔡仁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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