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유엔본부 콘서트 … 외교사절 1600명 기립박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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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데이 콘서트에서 축사를 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유엔의 활동이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표본이 한국이라는 점을 설명한 뒤 서울시립교향악단이 공연하게 된 것을 환영했다. [AP=연합뉴스]

62번째 유엔의 날. 주인공은 서울이었다. 24일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데이 콘서트는 서울을 소개.홍보하는 4분짜리 동영상으로 시작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김현종 유엔 주재 대사의 인사말에 이어 "깨끗하고 아름다운 서울을 많이 방문해달라"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영상 메시지가 방영됐다. 서울시향 관계자는 "유엔의 날에 한 도시에 관한 영상이 방영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유엔 측과 오랜 협의를 거쳐야 했다"고 전했다. 이어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상임 지휘자 정명훈씨의 연주가 이어졌다.

주재국 대사들이 회의를 여는 총회장(General Assembly Hall)에서 열린 이날 콘서트에서만큼은 동시 통역이 필요 없었다. 192개 유엔 주재국 대사.외교관 1600여 명은 동시통역기를 귀에서 떼고 '만국 공통어'를 즐겼다. 60분짜리 회의에서 보통 국가명의 알파벳 순서로 앉지만 이날만큼은 섞여 앉아 함께 음악을 들었다.

서울시향은 베르디의 '운명의 힘'을 서곡으로 시작해 브람스 교향곡 2번을 마지막에 연주했다. 소프라노 신영옥씨와 테너 정의근씨가 베르디 '라트라비아타' 중 '축배의 노래'를 부를 때 축제 분위기가 절정에 달했다. 몇 차례 커튼콜을 받은 정명훈씨는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1번으로 유엔의 기립박수에 답했다. 이날 사회를 맡았던 기요 아카사카 공보담당 사무차장은 콘서트가 끝난 후 "서울시향의 수준 높은 연주로 '해피 유엔 데이'가 됐다"고 평가했다.

매년 한 나라의 오케스트라.지휘자가 꾸미는 콘서트는 1954년 이후 유엔 데이의 가장 중요한 이벤트가 됐다. 레너드 번스타인, 게오르그 솔티, 오자와 세이지 등 쟁쟁한 지휘자들이 거쳐갔다. 전 세계 대표들에게 한 국가의 문화적 수준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다.

이 때문에 정명훈씨와 서울시향이 콘서트에 서게 되기까지 경쟁이 심했다. 반기문 사무총장은 콘서트 전 자신의 집무실에서 본지와 만나 "유엔본부가 내년부터 5년 동안 전면 개보수에 들어가 올해가 이 건물에서의 마지막 콘서트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그만큼 올해는 더욱 경쟁이 치열해 오래전부터 콘서트 출연 신청이 줄을 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이미 한 나라가 확정된 상황이었지만 정명훈의 연주력 등을 알고 한국에 기회를 양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콘서트에 출연할 국가는 유엔사무국 공보실(DPI)에서 심사해 결정한다. 아직 한번도 출연하지 않았거나 출연한 지 오래된 나라의 연주단체일수록 유리하다. 2002년 KBS 국악관현악단이 출연했던 한국은 이례적으로 5년 만에 다시 무대에 선 셈이다.

정명훈씨는 "말을 전달하는 회의장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참 어렵다"며 "홀에 맞는 최상의 연주를 할 수 있도록 많은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오케스트라에는 곳곳에 마이크가 설치됐고 단원들은 음에 떨림을 많이 주며 소리를 멀리 보내는 식으로 연주했다. 연주를 끝내고 기립박수를 받는 서울시향 단원 108명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유엔 데이 콘서트는 연주가 끝난 후 외교가(街)에서 많이 회자되는 것이 특징이다. 서울시향의 이팔성 대표는 "이번 연주로 한국의 실력이 전 세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뉴욕=김호정 기자

◆유엔 데이(United Nations Day)=국제연합 헌장 비준일인 1945년 10월 24일을 기념하는 유엔의 생일. 유엔은 매년 10월 20~26일을 유엔의 주로정하고 24일에는 콘서트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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