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대디 "맘 놓고 일 나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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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저소득층 부자(父子) 가구 지원 시설인 아담채의 김정식(가명)씨 집. 아담채 가족들인 이미정(가명·8), 김영아(가명·10), 이성환(가명·11)군이 놀러 와 책을 보고 있다. [사진=안성식 기자]

"아침저녁으로 아들에게 반찬 갖춰 따뜻한 밥을 먹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한창 먹어야 할 나이에 끼니를 거르거나 라면으로 때워야 했거든요."

아내 없이 혼자 아이를 키우는 김정식(가명.39)씨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전국 최초로 설립된 부자(父子) 가족 지원시설 '아담채'(인천시 남동구 수산동 37의 3)에서 23일 만난 김씨. 그는 "10년 넘게 홀로 외아들을 키우며 힘들게 살아온 것과 비교하면 아담채에서의 요즘 생활은 천국에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아들 종명(가명.17)이가 세 살 때 이혼했다. 이후 해체된 빈곤 가정의 무거운 짐은 고스란히 아들에게 전가됐다. 아빠가 돌아올 때까지 말붙일 사람이 없다 보니 종명이는 통 입을 열지 않았다. 부실한 식사에다 습기 차고 햇볕 들지 않는 반지하 월셋방을 전전하다 보니 건강 또한 부자 모두 엉망이었다.

김씨는 "그동안 일하러 나가도 아이 생각에 항상 불안했는데 이젠 맘을 놓을 수 있다"며 "이곳에서 꼭 자립 기반을 마련하겠다"며 결의를 보였다.

아담채는 돈 없고, 힘 없고, 게다가 고단함을 함께 나눌 동반자마저 없는 아버지와 그 아이들을 지원하는 생활 공간이다. 19일 문을 연 이곳은 여성가족부와 인천시가 14억5000여만원을 들여 건립했다. 대지 1092㎡, 연건평 1388㎡, 지상 4층의 아담한 단독건물에 김씨 같은 무주택 저소득 부자 가족 20세대가 살 수 있다. 현재는 7세대만 입주해 있다. 아파트처럼 설계된 가구마다 전용면적 9평에 방 2개, 화장실, 작은 거실과 간이부엌이 딸려 있다. 아담채는 집과 식사는 물론 아이 학비와 방과 후 교실 등 공부 뒷바라지까지도 모두 무료다. 전기료.가스비 등 관리비만 내면 된다. 3년간 거주할 수 있고 최장 2년까지 연장 가능해 혼자 아이를 키우는 가난한 아버지들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아담채 운영을 맡은 김덕성 사무국장은 "아버지들이 맘 놓고 일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아이들이 정신적.육체적으로 건강하게 자라고 공부도 잘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 빈곤의 대물림을 막는 게 아담채의 설립 취지"라고 말했다.

외로움에 우울증까지 겪던 아이들에게 이웃의 형제.자매가 생겼다는 것도 커다란 행복이다. 아담채 마당에서 뛰어 놀던 이미정(가명.8)양과 김영아(가명.10)양은 "오전 1~2시나 돼야 아빠가 집에 와 항상 심심했는데 이곳에선 옆집 언니.오빠가 생겨 너무 좋다"고 입을 모았다. 또 다른 입주자 이모(46)씨는 "어릴 적 시골에서 대가족이 사는 것 같다"며 "입주한 지 며칠 안돼도 아이들 표정이 환해졌다"며 기뻐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5년 현재 전국의 한 부모 가족은 모두 137만여 가구. 이 중 부자 가정은 전체의 21%인 28만7000여 가구로 2000년에 비해 14만6000여 가구가 늘어났다.

여성가족부 가족지원팀 조민경 팀장은 "이혼 등의 급증으로 남자 혼자 아이를 키우는 부자 가정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아담채 같은 시설을 확충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경란 여성전문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아담채 어떻게 입주하나=아담채의 입주 대상은 만18세 미만 아동을 양육하는 저소득층으로 최저생계비 130% 이하(3인 가족 기준 126만4000원) 가족이 입주할 수 있다. 이혼이나 사별 등으로 아내와 헤어진 뒤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가 대상이다. 인천 외 지역 거주자도 입주 가능하다. 입주 문의는 인천 남동구청(032-453-5863) 또는 아담채(032-461-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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