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V 등 공영 채널만 뉴스프로 신규 허용 "정부 입맛대로 나팔수 만들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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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추적 방송위원회가 공영 케이블 채널에만 뉴스 프로그램 편성권을 주기로 했다. 이로 인해 국정을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앵무새 방송'을 양산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공영방송 사업자에게만 뉴스 보도를 줘 정부가 여론을 장악할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방송위는 최근 전체회의를 열고 보도 프로그램을 편성할 수 있는 케이블채널방송사업자(PP)로 한국정책방송(KTV).국회방송.방송대학TV(OUN).아리랑TV 등 네 곳을 확정해 22일 고시했다.

방송위는 다음달 12일까지 이 고시에 대한 관련 업계 및 관계자의 의견을 받아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방송위는 이번 고시가 개정 방송법(2006년 10월) 및 방송법 시행령(2007년 8월)의 후속 조치라고 설명했다. 개정 방송법과 시행령의 골자는 'PP가 부수적으로 편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교양 및 오락 관련으로 한정하고 보도 프로그램 편성은 금지하되, 부수적으로 보도 프로그램을 편성할 수 있는 채널을 정해 고시한다'는 것이다.

방송위 관계자는 "KTV.국회방송.OUN 3개 PP는 국가가 공공성을 위해 설립한 곳이고, 아리랑TV는 유일한 해외홍보 방송이라는 점을 고려해 보도 프로그램을 내보낼 수 있도록 인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방송위원회 내부의 진통도 있었다. 한 방송위원은 "정부가 좌지우지하는 보도 방송 채널이 많아지는 것은 문제라는 의견이 적잖았다"고 말했다.

성동규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보도 허용 여부는 전문인력.기자재 등 관련 요건을 얼마나 잘 갖추고 있느냐로 판단해야 할 문제"라며 "보도야말로 가장 전문적인 미디어 영역인데 이를 방송위가 자의적으로 정한 '공공성' 기준에 따라 허가한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방송위는 11월 중 '보도 프로그램 편성 판정위원회'를 만들어 일반 PP가 정보 전달을 뛰어넘어 보도를 하는지를 살펴 위반 PP에 대해선 과태료 부과 등의 처벌을 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민간 PP와 일부 시민단체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서병호 PP협의회장은 "방송위의 이번 결정은 국.공영 채널에만 특혜를 준 것으로 표현의 자유를 크게 제약하는 것"이라며 "곧 회원사들의 의견을 모아 시행령 재개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김정대 기획실장은 "이번 결정은 정부가 방송을 홍보 도구로 이용하겠다는 것으로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나리 기자

☞◆주편성과 부편성=현행 방송법과 시행령은 유료 방송 채널은 영화.연예.경제.스포츠 등 고유 분야를 다루는 '주편성'과 기타 오락.교양 등 기타 프로그램으로 채워 넣는 부편성의 비율을 80% 대 20%로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도 전문 채널인 YTN과 MBN 두 곳을 제외한 PP에는 보도 프로그램 편성이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그러나 부동산.연예.종교 채널 등 대다수 PP는 '정보 전달'이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보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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