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어린이책] '진짜 공주'는 배려 깊고 속마음도 예뻐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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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프린세스 - 공주가 되는 법
케이틀린 매튜스 글, 비 윌리 그림,
이주혜 옮김,
삼성당, 30쪽, 2만2000원,
7세∼초등 저학년

여자 아이들에게 ‘공주’는 영원한 로망이자 경계의 대상이다. “공주옷 사 달라”며 조르는 시기가 지나자마자 “쟤 공주병이야”라며 흘겨보는 때가 온다.

이 책은 그 애증의 대상 ‘공주’를 둘러싼 갖은 이야기를 체계적으로 엮어 ‘진정한 공주가 되는 법’을 가르쳐 주는 책이다. 하트 모양의 보석까지 박힌 분홍색 표지가 ‘뻔한 공주책’스럽지만, 속 내용은 ‘자기계발서’가 아닐까 싶을 만큼 묵직하다.

책 구성도 독특하다. 중간중간 붙어 있는 미니 북과 플랩 북에 ‘완두콩 공주’ ‘공주기사 팬타지로’ ‘미녀와 야수’ ‘꾀 많은 막내 재단사’ 등의 공주 이야기를 담아 ‘책 속의 책’ 형식을 취했다.

책의 화자는 그림동화 ‘거위치기 공주’의 주인공 페틀 공주다. 하녀의 음모에 말려 거위치기 소녀가 됐던 페틀. 마침내 진실이 밝혀져 이웃나라 왕자와 행복한 결혼식을 올린, 동화 속 공주의 전형이다. 페틀은 먼저 ‘공주가 지켜야 할 에티켓’부터 알려준다. ^공손하라 ^다정다감하라 ^정중하라 ^감사하라 ^명예를 지켜라 ^진실하라 등이 ‘공주다운 예절’이다. 만나고 헤어질 때 모든 사람에게 우아하게 인사를 건네고, 누가 참석했는지 늘 주목하란다. 또 선물이나 도움을 받으면 이를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직접 혹은 편지로 감사인사를 하라니, ‘일반인’ 어른들도 귀 기울여야 할 처세술이다.

‘마녀의 마법을 피하는 법’ 역시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메시지다.

무슨 일인지 잘 모르면서 덥석 약속하지 말고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 앞에서 가진 게 많다고 자랑하거나 으스대지 말라는 것이다. 동화 속 공주들은 이런 충고의 반면교사가 된다. 함부로 문을 열어 주지 말라는 일곱 난쟁이의 충고를 무시했던 백설공주는 “소중한 친구들의 충고에 귀를 기울이라”는 교훈을 남겼고, 인어의 꼬리보다 사람의 다리가 더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끝내 비극을 맞은 인어공주 메리얼의 사례는 “신중하게 생각하라”는 가르침을 전한다.

‘외모 가꾸는 비법’에는 실용적인 정도도 있다. “자리에 앉을 때는 등을 꼿꼿이 펴라. 다리를 꼬거나 엉덩이 높이보다 위로 들어 올려서는 안 된다”는 식이다. 또 ‘공주협회’에서 가장 머리가 긴 라푼젤 공주의 조언에 따르면, 잠들기 전에 100번씩 어루만지듯 빗질을 해 줘야 아름다운 머릿결을 가꿀 수 있다.

하지만 “남을 배려하고 자신의 내면을 가꾸라”는 책의 일관된 주제는 외모 부문에서도 꼿꼿이 살아 있다. “진정한 아름다움의 비결은 스스로의 모습에 만족하는 것”이라며 “아름다워지기 위해서는 자기 모습을 부끄럽게 여기지 말고 다른 사람들의 고약한 말을 믿지 말라”고 강조한다.

이런 공주라면 남녀노소 누구라도 사랑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태어나자마자 “공주님이네요”를 들었을 법한 모든 여자아이에게, 또 한때 공주를 꿈꾸었던 모든 여성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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