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미니시리즈M-의학스릴러극이 점차 괴기물로 변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인간의 상상력 만큼 진실한 것은 없다.과학은 무한한 인간의상상력을 체계적으로 실증해 보이는 과정일 뿐이다.』 19세기 중반 프랑스 작가 쥘 베른이 SF소설의 효시라 할 수 있는『달세계 여행』을 발표했을 때 그 폭발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우주탐험의 가능성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그후 1백년이 지난 뒤 과학은 달 표면에 인간의 발자국을 남김으로써 결국 그같은 상상력이 한낱 공상에 불과한 것이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해 보였다.
MBC-TV 미니시리즈『M』은 이같은 논리에 바탕을 둔 드라마다.낙태수술로 희생된 태아의 기억분자인「M」이 한 소녀의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그의 몸을 빌려 초자연적인 힘으로 자신을 지워버린 세상에 복수한다.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메디 컬 스릴러 드라마로 분명「믿기 어렵지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훌륭한 소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회를 거듭할수록『M』은 본격 의학 스릴러가 되기를 포기한채『엑소시스트』류의 심령과학물 또는『전설의 고향』같은 납량특집 괴기물로 변질돼 관심과 기대를 가지고 지켜보던 시청자를 실망시키고 있다.물론 드라마에 완벽한 의학적 전문 성을 기대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인지 모른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비약과 과장은 드라마의 속성상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그 기본전제와 전개과정이 최소한의 이론적 바탕 위에서 진행되지 않으면 그것은 단순한「공상과학」에 불과한 것이다. 낙태의 기억을 가진 생명인자가「기억분자」라는 비의학적 용어로 이름붙은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그것이 수술용 메스와 혈관을 통해 인체에 침입,그를 지배한다든가 악령적인 초자연적 힘을갖는 것,단백질의 일종인 펩티드 주사로 기억분자를 실체화하는 것,기억분자가 괴질을 퍼뜨리는 것 따위의 설정은 전문가가 아닌일반인이 보기에도 설득력이 없는 대목들이다.
그 설정이 허구일지라도 허구와 허구간의 연결고리에 논리적인 해명이 필요한데도 설명은 뭉뚱그려 넘어가는 대신 괴력 또는 엽기적 살인 등 감각적인 장면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이같은 의학적 논리의 결여가 처음 시도되는 드라마치곤 그다지유치하지 않고 짜임새있는 영상이라는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M』의 극적 재미를 반감하고 있다.로빈 쿡의『돌연변이』나 알란폴섬의 『모레』등 의학.과학 스릴러物이 선풍적 인 인기를 얻고있는 것도 소설의 기본전제와 전개과정이 철저한 이론적 바탕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李勳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