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함께>茶이야기 禪이야기 釋明正스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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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통도사 극락선원에서 禪行중인 釋明正스님이 최근 茶禪一如(차와선은 한가지 맛)의 세계를 알기쉽게 해설한『茶이야기 禪이야기』(대원정사刊)를 펴냈다.그윽한 차향기를 음미하는 茶道三昧의 古拙한 세계는 불교의 깊은 가르침의 세계와도 상통 한다지만 우리속세 인간들로선 범접하기 어려운 경지다.鏡峰큰스님의 제자로 일찍부터 차와 선의 오묘한 맛을 음미해온 明正스님은 이책에서 자신의 경험담,고승.茶仙들에 얽힌 다양한 逸話를 통해 고독한 구도자의 마음과 홀로 찻잔을 기울이며 인생을 관조하는 茶人의 고고함을 함께 전해준다.
『한잔의 茶는 선가의 일용할 양식이자 살림살이지요.心身이 맑고 또렷또렷해야 道를 닦을수 있는 禪僧들에게는 없어선 안되는 양식입니다.』 明正스님과 茶의 인연은 그가 16세때인 1959년 鏡峰큰스님의 侍者가 되어 차시중을 들면서 시작됐다.『茶道는절집에서는 오래전부터 전승돼온 것입니다.전기도 없던 시절이어서차를 달이기 위해 숯불을 지피는 일이 몹시도 번거롭게 느껴 지더군요.그러던 것이 차맛을 알고부터는 즐거움으로 변했지요.이책은 나름대로 茶禪一如의 분위기를 설명하고 일반이 가까이 하기 힘들었던 禪家를 이해할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겠다는 생각에서 쓴것입니다.』 明正스님은 차가 심신에 모두 좋으나 특히 정신건강에 요긴한 양식이라는 점을 오랜 경험과 견문을 들어 강조한다.
『茶는 겨우내 정기를 농축했다가 봄에 새잎으로 터져 나오지요.하루 12시간씩 선방공부를 할때 심신이 가라앉으면 한 주발의차를 짙게 타서 음미합니다.그러면 흐릿하고 늘어질대로 늘어졌던의식과 신경이 금세 활기차지면서 몸 전체가 가 득 채워지는 것을 느끼게됩니다.茶山선생은 차를 마시지 않는 민족은 망하고 차를 즐겨 마시는 민족은 흥한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지요.절로 수긍이 가는 대목이에요.차를 많이 마시는 분들은 정신력.기억력이높아져 70~80세 이상의 나이에 도 불구,치매나 망령없이 또렷또렷한 삶을 살아가는 것을 보게 됩니다.』 속세를 벗어난 禪家의 禪問答과 茶道의 심오한 맛을 알게 해주는 글모음『茶이야기禪이야기』는 올바른 삶과 진리를 추구하는 구도자들의 모습도 전해준다.차에 얽힌 茶仙들의 逸話와 함께 鏡峰.卍海.呑虛스님,張志淵선생 등과 나눈 선문답등 불교의 심오한 가르침을 비유로 전해주는 글귀들은 올바른 삶을 추구하는 인생여정에서 소중하게 마음에 새겨 두어야 할 교훈들이다.明正스님은 지난 20여년간 여러 고승들의 법문집등을 번역.출간하기도 했는데,근대 한국불교사의 고승들과 崔致 遠.杜甫.王維등의 漢詩를 맛깔스런 우리말로 옮긴 그의 솜씨는 그가 일상에서 이룬 茶道와 禪의 경지를 반영한 듯하다.
『선방공부만해도 너무 벅차고 뻐근해 다른 일(책 쓰는 일)할여유가 없습니다.이번 책은 청탁받아 수년에 걸쳐 연재한 글들이어서 따로 힘들 일은 없었지요.』 용맹정진을 끝내고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를 한 그는 책에 대해『無作爲의 분위기가 그저 싫지않을 따름』이라며 껄껄 웃는다.
〈金龍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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