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사장 줄고 땅 휩쓸리는 봉평해수욕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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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울진군 죽변면 봉평해수욕장 인근 건물 아래 언덕에 해안 침식을 막으려고 쌓아 놓은 돌망태와 대형 모래주머니가 보인다. 울진군이 지난해 사유지 유실에 대비해 응급조치를 했지만 여전히 위험한 상태다. [프리랜서 공정식]

“불안해서 못 살겠어요.”

 16일 울진군 죽변면 봉평해수욕장에서 만난 횟집 주인 김순복(56·여)씨는 “그 넓던 백사장이 이제는 2~3m도 채 남지 않은 곳이 생겼고 사유지까지 파도에 휩쓸린다”며 대책을 호소했다. 횟집 아래 언덕에는 흙이나 모래가 씻겨나가는 걸 막기 위해 돌망태와 모래주머니를 쌓아 놓았다. 그는 “울진군 등에 여러 차례 대책을 호소했지만 그때마다 예산 타령을 하며 거들떠보지 않는다”고 원망했다.

 봉평해수욕장에 백사장이 사라지고 소나무가 뿌리를 드러내는 등 침식이 계속되자 주민들이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자치단체와 해양수산청의 늑장 침식 방지사업에 속을 태우는 것이다.

◆해수욕장 수심 깊어져=길이 1㎞ 봉평해수욕장은 7~8년 전 백사장 너비가 50m 안팎이나 돼 여름철 피서객이 많이 찾았고, 주민들은 짭짤한 수입을 올렸다.

 그러나 전문가 진단 결과 죽변항 방파제가 계속 건설되면서 해류에 변화가 생겨 모래사장이 점차 좁아지더니 5~6년 전부터는 모래에 묻혀 있던 바위와 소나무 뿌리가 드러날 정도가 됐다.

 봉평2리 남학수(61) 이장은 “모래 유실로 해수욕장 수심이 깊어져 피서객이 찾지 않자 주민들은 장사가 안된다고 울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양수산청이 2003년부터 150억 원 공사를 한다더니 1년간 50억 공사만 했다”며 “그 뒤로는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라고 말했다.

울진군은 지난해 초 이곳 명물횟집·오화식당 아래 120m에 돌망태·마대포대를 쌓는 응급조치를 했다. 울진군 오성규(45) 해양개발담당은 “횟집 사유지가 바다에 휩쓸릴 정도여서 다급하게 한 조치”라고 말했다.

 포스코 건설로 백사장이 사라져 지난 7월 폐쇄된 포항 송도해수욕장 인근 주민들도 조기 복원을 요구하는 등 경북 상당수 지역에서 비슷한 민원이 일고 있다.

◆예산은 부족하고 침식은 계속되고=봉평리 주민의 민원에 포항해양수산청은 “내년 하반기부터 추가로 사업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양수산청은 국·도비와 군비 50억 원으로 2003년11월부터 1년간 봉평해수욕장 남쪽에 물 위 방파제(135m)와 물속 방파제(100m)를 설치했다. 그러나 해수욕장 중간에서 북측까지 공사는 예산 부족으로 중단된 상태다.

문제는 침식이 지속적이고 광범하게 나타난다는 점. 경북도가 지난 4월 조사한 결과 도내 해안 428㎞ 중 35개소 32㎞에서 모래유실·호안붕괴 같은 침식현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도는 이곳의 복구와 침식 방지에 3400여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연간 300~400억 원씩 투입해야 10여 년 만에 끝낼 수 있는 규모다. 해안 침식 방지가 ‘돈 먹는 사업’인 셈이다.

 그러나 해수부와 경북도는 연안관리법 시행에 따라 2000~2006년 침식이 일어난 경북지역 38개소(2000년 조사결과) 중 포항 장기, 영덕 병곡리 등 15개소에 연간 20억 원이 조금 넘는 겨우 168억 원만 투입했다.

경북도 해양정책과 권기수씨는 “해안 침식이 전국적으로 많아 정부와 지자체가 많은 예산을 투입하기 어렵다”며 “주민 피해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방지사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안침식은 방파제·해안도로 개설, 지구온난화에 의한 해수면 상승 등으로 지속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관동대 김규한(46·해양건설전공) 교수는 “개발이 불가피할 경우 지금과 달리 사전환경성 검토를 충분히 하고, 침식이 예상되면 인근에서 토사 유입이 많아지도록 하는 방법 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다”고 분석했다.  

황선윤 기자 ,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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