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좋아하시는 알 밴 조기 가져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 후보(左)가 19일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범여권의 주요 대선 주자는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민주당 이인제 후보와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이다. 범여권은 이들을 중심으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상대로 한 일대일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대통합'과 '후보 단일화'를 여러 차례 주문했다.

이런 가운데 신당 정동영 후보가 19일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으로 김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두 사람의 화두는 후보 단일화에 집중됐다.

정 후보는 "좋아하시는 알을 밴 조기(영광 굴비)를 가져왔다"고 선물을 전하며 김 전 대통령에게 인사했다. 이 영광 굴비는 부인 민혜경씨가 직접 준비했다. 김 전 대통령은 "수고 많이 했고 축하한다"며 "정 후보가 잘 노력해 좋은 성과를 거뒀는데 앞으로도 여러분들을 아우르고 함께해 더 큰 성과를 내고 꼭 성공하라"고 격려했다. 정 후보는 "제가 부족해 혼자 해선 안 되므로 저를 비우고 낮추고 힘을 모아 승리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국민이 바라는 바를 받들어 '대연합'을 준비해 나가야 한다"며 "국민이 이해를 못하면 잘 설득해 따라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호응했다. 그런 뒤 두 사람만의 대화가 20분간 이어졌다.

DJ의 '대연합' 주문에 대해 이날 동교동에 갔던 한 의원은 "호남과 충청이 책임총리제를 매개로 연합했던 1997년 대선 당시 'DJP(김대중+김종필) 연대'나 2002년 대선 때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를 포함해 어떤 형태로든 범여권의 후보를 하나로 만들라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범여권에선 과거 두 차례 대선에서처럼 '서부벨트(호남+충청+수도권)'를 재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서부벨트 복원은 일차적으로 충남 논산 출신인 이인제 후보가 충청에서 이명박 후보를 제쳐야 가능하다. 이 때문인지 이 후보는 전날 충청 공략에 이어 이날 광주를 찾아 "호남과 충청은 연합이 아니라 일체로 다시 태어나 강력한 서부벨트 축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한나라당은 '동부벨트'에서 강력한 지지기반을 갖고 있는데 정치적 공동운명체이자 개혁.개방을 지지하는 서부벨트가 민주당의 지지기반이 되는 것은 순리"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11월 중순까지 광주.전남에서 단일후보의 향방을 결정지어 달라"고 호소했다.

범여권 안팎에선 '호.충(호남+충청) 연대'가 실현되면 수도권의 두 지역 출신 유권자 선택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여기에다 문국현 전 사장의 잠재력을 기대하는 기류도 있다. 문 전 사장은 최근 실시된 일부 여론조사에서 자신의 평균 지지율보다 높은 지지를 서울에서 받았다. 신당의 한 의원은 "문 전 사장의 지지층은 30~40대 화이트칼라층과 진보적 성향을 가진 그룹"이라며 "CEO 출신이기도 해 이명박 후보에게 실망한 표가 나올 경우 문 전 사장이 이를 흡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범여권의 서부벨트 재건은 호남에서 지지층 결집을 이뤄내고 있는 정 후보와 충청 공략에 나선 이 후보, 수도권 중도표에 호소하는 문 후보의 단일화를 거치며 절정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

김성탁 기자

◆서부벨트=1997년 대선 때 김대중 후보는 김종필 후보와의 'DJP 연대'로 '호남+충청' 구도를 만들고, 그 바람을 수도권으로 확산시켰다. 김대중 후보는 당시 이회창 후보에게 39만여 표차로 이겼는데, 충청권에서만 40만여 표를 더 얻었다. 2002년 대선 때는 노무현 후보가 행정수도 이전 공약으로 충청표를 유인하고, 정몽준 후보와 단일화를 이뤄 이회창 후보를 이겼다. 두 차례 대선이 모두 호남.충청.수도권의 '서부 벨트' 승리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