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도핑 주의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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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이 약물을 복용하면 확실하게 금메달을 딸 수 있는데 그 부작용으로 7년 뒤 사망한다. 당신은 복용할 것인가?" 미국의 한 스포츠 잡지가 국가대표 육상선수를 대상으로 물어본 결과 80%가 복용하겠다는 대답을 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이 발행하는 테크노 리더스 다이제스트 최근호는 이런 금지 약물뿐 아니라 이제 유전자 도핑 시대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도핑은 운동 선수들이 경기력 향상을 위해 약물을 복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미 유전자 도핑 관련 동물 실험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호주 웨스트미드 아동병원 캐서린 노스 박사는 최근 ACTN3라는 유전자가 없는 쥐들은 일반 쥐에 비해 30% 이상 오래 달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 유전자 관련 단백질이 없으면 근육대사를 더 부드럽게 해 다리 근육의 피로를 크게 줄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에게도 이런 유의 유전자를 없애면 달리는 능력이 크게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

2004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연구소에서 탄생한 '마라톤 쥐'는 유전자 하나를 변형시키자 다른 쥐에 비해 쳇바퀴를 돌리는 시간이 훨씬 길었다. 또 같은 해 펜실베이니아 의대 리 스위니 교수는 쥐에 유전자를 도핑하자 근육 강화 효과가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유전자 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하고 이런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자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2005년 유전자 도핑을 금지하는 선언을 했으며, 일부 연구소에서는 유전자 도핑을 알아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유전자 도핑을 하면 그 흔적이 유전자에 남는다.

올해 초 이탈리아 피렌체대학 연구팀은 운동선수들이 유전자나 세포 주입과 같은 도핑을 가려내기 위한 실험을 하고 있다. 주요 실험은 근육 양을 늘리거나 혈액 속의 산소 흐름을 좋게 하기 위해 도핑한 유전자를 찾아내는 것이다.

유전자 도핑에 대한 부작용도 보고되고 있다. 마라톤 쥐의 경우 운동 능력은 좋아졌지만 근육 손상이 빨라졌다. 폭발적인 에너지를 내기 위해 많은 산소를 소모하고, 그 결과 유해 산소인 활성산소가 거기에 비례해 발생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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